▲ 윤명진 서천 한산중 교사 |
지금 나이는 서른여섯, 그 동안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작년에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수원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하였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교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재학 당시 간간이 들려준 훈화 덕분이라며 새삼스럽게 감정이 복받쳐 울먹였다. 필자는 학창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 졸업 한 뒤 바로 직장생활을 하였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별러 왔던 꿈을 이루기 위해 남보다 일곱 해나 늦게 사범대학에 진학하여 교단에 설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하다고 부모를 너무 원망하지 마라. 운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며 학생들을 격려했었는데, 어쩌면 나와 비슷한 경로를 거쳤을 이 제자에게는 그런 말들이 인생을 개척해가는 밑거름이었을까.
한편, 2년 전에 특별한 이메일(E-mail)을 받은 적이 있다. 앞의 예와 같은 학교, 비슷한 시기에 3학년 담임을 했던 제자로 기억된다. 사연인 즉은 지금은 광주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는데 재학 당시 내가 말했던 것들이 상처가 되기도 하였지만 오기를 갖게도 하는 덕분에(?) 무려 네 번의 재수 끝에 대학에 진학하였으며 지금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의젓한 가장이 되었단다.
재학 당시 공부는 고사하고 무단 지각, 조퇴를 밥 먹듯이 하며 이러 저러한 일로 무던히도 속을 썩였던 기억이 선명하다. 물론 담임이었던 나는 상담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았다. 화가 난 탓에 “내 놈은 사람 노릇하기는 글러먹었다.”고 호통을 치곤하였다. ‘사람 노릇’이란 말이 이 제자에게는 양면의 칼날 같았으리라. 다행히 상처로만 남아 있지 않고 지금의 공직자요, 어엿한 가장이 되는 오기로 돋웠으니 망정이지 미안한 마음은 지금도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다.
생활지도 중 했던 말 한마디로 학생에게 좌절감에 빠지게 하거나 상처가 되게도 하고 용기를 얻게 하거나 위안이 되게도 했던 경험은 교사라면 누구나 있음직하다. 하지만 짧은 생각에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가 문제이다. 그 말 한마디가 학생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늘 잊지 않고 상처에는 새살이 돋는, 약해진 마음에는 의지의 밑거름이 되는 말을 하는 교사가 되자고 새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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