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3일 전국에 걸쳐 1조여원 규모의 5만원권을 시중은행을 비롯해 특수은행, 지방은행, 우정사업본부 등 시중에 지급한다.
5만원권은 지난 1973년 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현재까지 12배 이상의 물가상승과 150배 이상의 국민소득 신장 등 급격하게 변화한 한국경제사정에 발맞춰 발행되는 것이다. 그동안 최고액면금액인 1만원이 36년동안 유지되면서 우리 경제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국민들의 불편도 초래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화폐유통 장수가 증가돼 화폐의 제조ㆍ운송ㆍ보관ㆍ정사(화폐 재사용 여부 판별) 등 화폐 관리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5만원권의 발행은 한국경제를 새로운 패턴으로 변화시킬 전망이다. 우선, 10만원권 자기앞수표 제조 및 취급비용으로 해마다 2800억여원을 절감할 수가 있다. 1만원권 5장이 5만원권 1장으로 대체돼 지폐 휴대가 편리해지고 상거래상의 편익도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침체된 경기 속에서 위축된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5만원 단위를 중심으로 한 시장 가격기준 변화도 소비유도 차원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다.
그러나 5만원권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만만치않다. 잠자던 소비심리를 깨울 수 있다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과소비를 부추길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5만원권에 대한 가치 인식이 종전보다 하락해 소비욕구를 높일 수 있다는 학계의 우려도 높다. 게다가 경기진작책으로 국가 재정 지출이 많이 늘어난 가운데 5만원권의 등장은 초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감만 키울 수 있다는 걱정도 이어진다. 화폐가치 하락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이유다.
이 처럼 엇갈린 반응 속에서 경제계에서는 일단 5만원권의 시장 유통 추이를 살펴보자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은행별, 지역별로 5만원권의 이용상황을 살펴보며 신권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경제계 한 관계자는 “일단, 우리 경제 규모가 예전보다 확대돼 고액권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5만원권 유통에 따라 위폐문제, 인플레이션 부작용, 통화가치 하락 등의 문제점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경태 기자79y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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