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자 대전주부교실 사무국장 |
법률을 어겨가며 상행위를 했고, 피해자가 다수인만큼 단속 권한을 가지고 있는 관련 기관 세 곳에 각각 연락을 취했지만 돌아온 것은 타 시도에 등록된 사업자여서 권한이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분명, 방문판매업자는 한 곳에 머물러 영업행위를 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 관련 공무원들의 논리라면 단속권이 있는 행정구역을 벗어나면 얼마든지 위법을 해도 된다는 것인데, 소비자권익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할 행정기관의 처리태도는 이렇듯 미온적이다. 결국 경찰의 힘을 빌려 사업자들을 현장 검거했고, 소비자들은 모두 환불 받을 수 있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며칠 전에 있었던 사례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한 여성이 피부 관리실에서 마사지를 받는 과정에서 자궁치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의료기기를 500만원에 구입하게 되었다. 충동구매가 후회가 되었고, 효과에 대해서도 미지수여서 반품을 요구했지만 거절을 당해 소비자 상담 창구를 찾았다. 이는 의료기기법 제16조 ① 항 ‘의료기기의 판매를 업으로 하고자 하는 자는 영업소 소재지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판매업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는 법률을 지키지 않은 것이므로 제품 품목허가를 내준 기관과 단속권한이 있는 부서에 연락했지만 서로에게 전가하는 졸속행정으로 일관했기에, 사업자에게 연락을 취해 환불해 주는 선에서 중재를 마쳤다.
두 가지 사례를 통해서 소비자 권익관련 기관의 안일한 자세와 설익은 역량을 늘 그랬듯이 나무랄 수도 있고, 우리네 삶이 원래 그렇다는‘세상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면을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언제나 잘못된 방법으로 돈을 벌려는 폭력적인 힘은 존재한다. 이 때 악의적인 힘을 제대로 관리해야 할 필요 · 충분조건은 행정기관의 열정, 책임감, 그리고 균형 감각이다. 사업자의 행동심리를 철저히 연구하여 대처하는 열정과 집행결과에 대해서만큼은 ‘자기 탓’으로 돌리는 책임감, 생산자와 소비자의 아름다운 평화공존을 가꾸는 균형감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원하는 소망의 아름다운 총체 일 것이다.
소비자 운동은 본질적으로 대립을 전제로 한다. 대립은 수렴을 전제로 하고 합의를 향해 움직인다. 합의의 전제행위인 소통은 열림과 닫힘의 가능성을 함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 행정기관과 민간단체가 파트너십을 갖추고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일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하여 시행하는 일이 시급하다. 감시와 지도 단속을 꼼꼼하게 펴지 않으면 많은 수의 피해자들을 양산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민간기구와 ‘더불어’하자고 손을 내미는 행정기관이 되었으면 한다. 결국 소비자 운동은 근본적으로 유연성, 포용, 타협이란 토양에서 자라야만 하는 한 그루의 숨 쉬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세상 탓’, ‘자기 탓’, 남 탓’이른 바 세 가지 “탓, 탓, 탓”이 벽속에 갇힌 거울이 아니라 조화롭게 어우러진 무지개가 되어 멍든 소비자의 가슴을 풀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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