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율로]취미예찬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윤율로]취미예찬

[금요논단]윤율로 연합비뇨기과 원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6-19 20면
  • 윤율로 연합비뇨기과 원장윤율로 연합비뇨기과 원장
문득 초등학생시절에 피아노를 치던 큰누님의 반주에 맞추어 ‘동구 밖 가수원길’을 열심히 부르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봐도 틈만 나면 왜 그렇게 노래를 불렀든지 잘 모르겠다.

▲ 윤율로 연합비뇨기과 원장
▲ 윤율로 연합비뇨기과 원장
지금도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 매주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그 이유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안에는 나도 모르게 세상의 모든 상념이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가장 아름답고 질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으며, 부르는 가사 속에 빠져들어 곡을 만들고 가사를 만든 이의 세계 속에 동화될 것인지 만을 생각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래를 부르고 나면 행복하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노래를 행복하게 부를 수 있도록 탄탄히 받치고 있는 나의 모든 환경을 더욱 사랑하지만 말이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이었다. 학교를 가는 도중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떤 악기인지도 알지 못하였고 그때까지 살아오는 동안 처음 들었던 소리였다.

며칠간의 노력 끝에 그 소리의 주인공이 바이올린임을 알아내었고 당시 초등학교 교사이셨던 아버님의 형편으로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괴물을 얻기에 고심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큰누님이 작은 월급을 쪼개어 사주시기는 하였지만 안타깝게도 레슨비 때문에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몇 가지 일들을 돌이켜 보면 어려서부터 내 몸속에 음악에 대한 작은 열정이 잠재해 있었던가 보다. 고등학교시절에는 음악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했었다.

한번은 음악실기시험으로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나는데 ‘선구자’를 성악형태로 불렀던 나와, 날라 가는듯한 목소리의 유행가 형태로 불렀던 다른 친구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었다. 하지만 내가 성악가의 모습으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을 때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튀어나왔고 어떤 아이들은 의아한 눈초리이기는 하지만 진지하게 경청했다.

지금까지 기억되는 것으로 보아 나에겐 매우 인상적인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나는 교회생활을 통하여 일찍이 음악에 접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가 약간은 있었지만 이러한 경험이 없었던 여러 아이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분위기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의 작은 음악행보는 음악대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으나 의과대학 학생시절 합창단을 창단하여 지휘를 하였고 음악제의 총연출을 맡았던 기억은 지금도 생각할수록 더욱 새록새록하다.

공부를 소홀히 하여 음악활동이 성적을 떨어뜨리지는 않았지만 지금 마음속에 훈훈히 남아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공부보다는 취미생활이었음이 확실하다. 이러한 경험은 후에 모교에 의과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내가 창단했던 합창단의 지도교수를 통해 후배요 제자들에게 빠뜨리지 않고 강조하였던 점 중 하나이기도 했다.

취미는 직업은 아니지만 자기 내면을 성숙시키고 삶을 풍성하게 하기위해서 하는 것이며 이렇게 하기위해서는 전문가수준에 필적하는 실력을 갖추어야 되고 이에 따르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된다. 하지만 이후에는 자기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기쁨과 행복을 나누어 줄 수 있게 된다는 지론을 피력했던 것이다.

이제는 대학을 나와 자그마한 개인병원을 운영하면서 합창단후배들과 함께 남성 중창단을 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매주 2시간씩 빠지지 않고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가며 진지하게 연습하고, 급기야는 예술의 전당의 연주를 포함하여 매년 수차례의 초청연주까지 하면서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모습들은 짧은 시간 내에 이룩된 것은 결코 아니다. 각자 오랜 세월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하고 추구해왔던 그 어떤 것을 이제는 함께 행복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나이 대에 새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돈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누구나 세상의 수레바퀴에 물려 정신없이 세월을 보내야만 하는 시절이 있고 무언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명예도 돈도 아니다. 우리의 내면을 성숙시키고 풍성하게 해주는 그 무엇인가를 지금이라도 시작한다면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