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사의 미래를 예술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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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사의 미래를 예술로 풀자

<변상형 교수의 문화 스펙트럼>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6-17 10면
  • 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
지난 주 토요일 대전창작센터 전시장을 찾았다. 일정상으로 본다면 이미 전시가 끝난 상태이지만, 미처 관람을 못했던 이들을 위해서 주말에도 전시장을 개방하고 있다는 담당자의 말을 듣고 편안하게 전시장을 돌아 볼 수 있었다. <충남도청사 그 이후>라는 타이틀을 가진 전시는 우리 도시의 과거로부터 현재를 넘어 미래의 문화지표에 직결된 건축공모전이라는 점에서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공모전을 주최한 단체는 얼핏 들으면 일본말 같기도 한 도코모모DOCOMOMO로 우리말로 풀면 <근대운동에 관한 건물과 환경형성의 기록조사 및 보존을 위한 조직>으로 1990년 네델란드 아인트호벤 공과대학에서 발족한 민간단체로서 주로 20세기 건축과 도시를 대상으로 건물과 자료보존을 제창하고 활동하는 조직체라 한다.

지난 2003년에는 도코모모코리아(한국근대건축보존회)가 출범하여 우리나라의 근대문화유산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근대문화유산의 보존활용을 주제로 ‘도코모모코리아 디자인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어 그 호응이 뜨거운데, 올해 6회째를 맞아 공모계획대상지를 등록문화재 제18호인 ‘충청남도청사’로 정하고 그 공모전 수상작들을 대전창작센터에서 전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공모전에는 전국적으로 819팀이나 응모했는데 수상작으로 108팀이나 선정했다는 것은 역대사상 볼 수 없었던 드믄 일이었다고 한다.

사실 이러한 열의와 관심은 우리 대전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물론 공모전에 선정된 작품의 원안대로 충청남도청사가 리모델링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용도를 다한 건축물을 리모델링하는 수준이었지만 도시전체의 주변 환경과 연계성을 고려하면서 생태적 관점을 드러 내는가하면, 지하상가의 경제 활성화 문제도 함께 고려하는 등 참신한 제안을 하고 있는 작품들도 있었다. 그동안 건축물을 물리적 공간이나 부동산적 가치로만 인식해왔던 수준에서 벗어나 옛 건축물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역사와 문화의 의미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어떻게 되살려낼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건물의 생명을 창조적으로 연장하고자하는데 관심이 높아가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충남도청사는 1931년 충남도청 소재지를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한다는 조선총독부의 발표에 따라 그 이듬해인 1932년 현재 위치에 신축 준공되어진 후 70여 년 동안 대전과 함께 한 공간으로서 도시발전의 장소적 중심축을 담당해 왔던 곳이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사고를 함께 해왔던 도청사가 2012년 이전한다는 소식에 많은 대전시민들은 이를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역사박물관으로의 전환 제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후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어 왔지만 대전시에서는 분명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로 여론을 수렴 중이다. 하지만 대전시를 찾은 문광부장관의 제안에 따라 충남도청사의 미래는 복합문화체험공간으로 표면상 가닥이 잡혀가는 상황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전시는 복합문화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나 계획을 발표한 바는 없다.

일부에서는 도청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용도에 맞는 건물을 신축해야한다는 의견조차 있는 상황에서 충남도청사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기만 하다. 대학생들의 열의에 찬 공모를 통해 여러 창의적인 의견이 대두되었음에도 정작 대전시민이 활용할 공간에 대해 대전시민 스스로의 진지한 논의와 대안이 없는 지금의 상황은 매우 아이러니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 대전시의 분명한 입장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 대전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여러 시민단체까지 나서 활용방안에 대한 활발한 의견 제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단순한 모색 차원이 아니라 여러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공론화할 수 있는 장치와 기회를 대전시는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복합문화공간이든 박물관이든 아직 정확한 활용 방향이 잡혀있지 않았다면 대전에서 여러 문화예술 중에서도 미술과 관련하여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현재의 충남도청사를 명실상부한 창작센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활용방안을 세워보자는 것이다. 물론 대흥동 원도심에 대전창작센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공간이 있지만 이름과 같은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형편에서 충남도청사를 실제적인 창작센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거듭나도록 했으면 한다.

물론 인근 주변의 상권 활성화와 생태적 환경조성이라는 도시발전의 큰 원칙 하에서 예술인들의 창작력을 높일 수 있도록 공간을 지원해주고 다양한 문화예술의 결실을 대전시민과 함께 하는 기회를 준다면 문화예술인들의 복지와 대전시민의 예술문화 향유권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예술을 통한 문화활성화로 원도심에 대한 위상을 높이고 시민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불러 모으는 가운데 대전시의 문화 정책이 곧 대전시민에 대한 복지향상의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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