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지만 입시철이 다가오면서 신입생을 확보해야 하는 사명감에 거의 매일같이 고교 교사들과 술자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이 대학 입학정원과 비슷해지면서 가뜩이나 여건이 열악한 지방 사립대로서는 신입생 확보를 위해 어쩔수 없이 감내하고 있다.
이처럼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 사립대학들이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고교 교사들이 먼저 대학측에 술 접대를 요구하는 등 ‘학생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11일 지역 사립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0학년도 대입 전형이 지난해와 바뀌면서 오는 9월 수시모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9월의 1차 수시모집에서 수험생 전체 선발인원의 절반이 넘는 58% 가량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가용인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교수나 입학처 관계자들은 출신고교 등 각 권역을 나눠 3학년 담임이나 진학담당 교사들을 전담, 신입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부실 사립대 퇴출 추진과 맞물려 신입생 확보 전쟁이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A 대학은 교수나 입학처 직원들이 버스를 대절해 대전권을 벗어나 전국 각지의 고교를 돌며 소위‘영업’에 나서고 있다.
학교 설명회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교사들과 술자리로 이어지고 있다.
B 대학도 사정은 비슷해 매일같이 일선 고교를 돌며 해당 교사들과 신입생 유치를 위한 술자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립대의 절박한 신입생 확보 경쟁에 반해 고교 교사들에게는 ‘대목’이나 ‘이벤트’에 불과한 형편이다.
일부 고교 교사들은 학교 설명회를 핑계로 술자리를 만들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성적이 맞을 경우 이왕이면 친분이 있는 대학으로 학생을 추천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의 적성이나 향후 진로 등은 무시한 채 ‘학생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계속되는 술자리에 지쳐 차라리 회식비를 지원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입시철이 다가오면서 거의 매일같이 이어지는 술자리로 인해 몸까지 피곤해져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 대학의 입학처 관계자는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로 심신이 지쳐 다른 업무는 포기할 정도”라며 “차라리 회식비 지원을 요구하는 교사들이 낫다”고 하소연했다.
국립대 한 관계자는 “그나마 국립대는 사정이 낫지만 지방 사립대의 경우 재정과 직결되는 신입생 모집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라며 “최근에는 일선 고교에서 대학측에 먼저 술자리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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