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상은 박현욱 외에도 <미실>의 작가 김별아, <스타일>의 작가 백영옥 등을 탄생시킨 가장 주목받는 문학상이며, 올 해도 <내 심장을 쏴라>라는 작품을 5회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출간되었다.
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가 정유정씨는 1966년 전남 함평 출생이다.
2007년 삼 년에 걸친 구상과 집필 끝에 탄생한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등단 이후 쏟아지는 원고 청탁을 거절하고, 치밀한 자료조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내 심장을 쏴라』 집필에만 몰두해 다시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세 번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폐기 시키고 스스로 던진 질문을 소설의 형태로 형상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힌다.
그 후 꾸준히 정신과학을 공부하는 개방병동과 요양원 주변을 맴돌다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기도 하고, 정신과 간호사였던 후배와 입원한 경험이 있는 분들을 만나 얘기도 들었지만 핵심에 근접할 수 없었다고 한다. 어느 날 대학 선배가 광주 인근에 있는 어느 병원의 폐쇄병동에 들어갈 기회를 주선해주었다. 기간은 출퇴근 방식으로 일 주일, 작가는 병원비 한 푼 내지 않고 공짜 밥 먹으며, 병동 사람들과 함께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얘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어떤 이는 밤사이에 쓴 시를 낭송해 주었고, 어떤 이는 퇴원 후에 시작할 사업계획서를 보여주며 열정적인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버킹검 궁에서 자랐다는 한 공주님은 작가를 엄마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녔다고 한다. 마지막 날에는 송별회까지 해주었고 마지막 불렀던 노래가 <은하철도 999>였다고 한다. 그들이 떠나는 작가에게 속삭이듯이 한 말은 ‘우리 한을 풀어달라’였다고 한다. 작가는 그 때 할 수 없었는데 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당신들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잊을수 없는 여름이었노라고.’
일곱 명의 심사 대상자를 놓고 정신보건심판위원회가 시작 되는 것으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주인공 이수명은 공주 감호소에서 2년을 지냈고 출소후 2년동안 병원 네 곳을 돌아다녔다. 이수명은 병원에서 나와 헌 책방을 하는 아버지 집에서 머물다가 매일 집 안에만 틀어박혀 답답하다는 아버지의 성화에 못이겨 집 밖을 나오게 된다.
그리고는 학교 앞에서 한 아주머니에게 신림본동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지만 아주머니는 이상하게 생긴 녀석이 말을 더듬으며 ‘어버버’하는 통에 소리를 질렀고 왜 그러냐고 머뭇거리다가 아주머니 손목을 스치게 되었고 결국 성폭행범으로 몰려 말 한마디 못하고 다시 수리 희망병원이라는 정신병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인연인지 악연인지 같은 날 입원하게 된 승민에게 ‘휩쓸리게’ 되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파란만장한 나날을 겪게 된다.
희망 병원에서 엄청난 수모를 겪으면서 안으로 도망치고만 싶은 수명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승민과 얽히면서 수명은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되는 것. 승민은 제도에 순응한 채 타성에 젖어가던 수명을 깨우고 부조리한 현실을 타파하고자 정신병원 탈옥을 감행하게 된다.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20대, 이 작품은 숨지 말고 도망치지도 말고 당당하게 가슴을 열고 세상이란 총구 앞에 서라고 종용한다. 거듭되는 도전에도 늘 그 자리에 머무는 일상에의 은유와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져주는 이 작품은 무기력한 청춘, 죽을힘을 다해 인생을 살아내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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