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매주 자작시를 써 지인들에게 ‘월요일 아침편지’라는 제목으로 전자우편을 보냈던 그이기에 전직 시장이 아닌 등단 시인으로서 그의 생각이 자못 궁금하다.
본보는 그를 만나 대체 어떤 마음으로 시를 쓰게 됐는지, 또 시에 대한 그의 생각은 무엇인지 들어봤다.<편집자 주>
▲사실 시는 감정을 과장하고 위선적인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 그리 호의적인 분야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 이후 정신적 여유가 생겼고, 시를 써볼까, 아니면 그림을 그려볼까 고민하다 시를 선택했는데 오늘까지 왔다. 감회가 새롭다. 시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자유를 향한 설레임은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사실 시인보다는 정치인 염홍철의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인데 정치와 시와의 관계는 어떻게 보나.
▲일반적으로 시는 부드럽고 감성적인데 반해 정치나 행정은 딱딱하고 위선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많은데 알고 보면 공통점도 많다. 자연이나 사물, 인간에 대해 예사롭게 넘길 수 있는 부분도 의미를 부여하고 숨겨진 진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시와 정치, 그리고 행정은 닮은꼴이다.
시민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나 건의, 뭐 이런 문제들에 대해 섬세하게 접근하고 또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결국 서로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공통점 아니겠나.
-아무래도 시는 보통 사람들에게 어려운 분야다. 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개인적으로 시를 따로 배운 적은 없고 시집을 많이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 시는 서정시와 목적시로 나뉘는데 서정시는 표현이 추상적이고 시어도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는데 반해 목적시는 자기의 경험을 쓰는 것이어서 문학적 가치는 좀 떨어지더라도 쓰기가 쉽고 의미도 부여할 수 있다. 딱 꼬집을 수는 없지만 일단 제 시는 쉽다. 저는 주로 목적시를 썼다. 자연스럽게 생각을 적어나가다 보면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60여 편의 시들 가운데 소중한 시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사실 이번에 등단하면서 다섯 편의 시가 소개됐는데 그동안 60여 편의 쓴 시 중에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을 고르셨더라. 개인적으로는 진솔한 고백이 마음에 드는데 그 다섯 편은 문학성을 기준으로 선정하신 것 같다. 자신도 없고 맘에 안 든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와 어머니, 딸들에 대해 쓴 시들이 진솔한 생각을 담은 시에 애착이 간다. 그 밖에 장애인이나 행상하는 여인 뭐 이런 장면을 보고 느낀 것을 쓴 시도 소중하다. 일종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쓴 시가 소중하다.
-작품에 감성적인 면이 많다는데 대해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그쪽으로 공부를 하지 않아서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내놓지 못하는데 전공한사람들한테 고르라면 전부 (이번에 선정된) 그런 것만 고르더라. 시낭송회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내가 감성적이라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웃음)
-언제 시를 쓰나.
▲대개 주말에 한편씩 쓴다. 토요일이나 휴일에 집에서 쓰고. 63주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노대통령 서거 다음날에는 시를 쓰기가 좀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 글만 보낸 적이 있다.
-차기 지방선거에 출마가 예상된다. 만일 시장에 당선돼도 매주 시를 쓸 생각인가.
▲매주 시를 쓰는 일이 얼마동안 지속될지 장담할 수는 없다. 다시 공직생활을 하더라도 시를 쓰긴 하겠지만 매주 쓰겠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제 입장에서 시인이 본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염홍철을 시로 표현하면.
▲사실 발표는 안했지만 자화상이라는 시가 있다. 곧 발표할 텐데 그 시로 대신하면 안 되겠나.(시 ‘자화상’ 참고)
-시인으로서 활동계획은.
▲시는 계속 쓸 것이고 연말이나 내년 초쯤에 시집을 낼 생각이다. 현재 지금처럼 시에 시작노트를 붙일 것인지 같은 주제와 순서로 시집과 산문집을 따로 낼 것인지는 결정 못했다.
-추천등단을 했는데 배경은.
▲지난 번 시낭송회를 가진 뒤에 대전지역 시인들이 내 시를 읽고 화제가 됐었다. 아시다시피 시인등단은 신인상 공모를 통해 할 수도 있고 원로시인이 추천해 할 수도 있는데 이미 시낭송회 통해 시가 소개됐고 나태주 원로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하게 됐다.
-닮고 싶은 시인이 있다면.
▲서정시로는 이해인 시인의 작품을 좋아하고 문제의식을 가진 시로는 안도현 시인, 원로 중에서는 서정주 시인의 작품을 좋아한다.
[염홍철 시]
■자화상 - 염홍철
오늘도 기도한다
고원과 형벌 사이에서
기쁨과 두려움 사이 오가며
좌와 회개를 반복 또 반복한다
아내와 마주 앉아 식사한다
침묵하고 때로는 도란도란 얘기하지만
진정한 위로를 주기 위한
깊은 배려가 부족하다
딸들과 전화한다
감정적 사랑은 주지만
바른 삶 이끌기 위한 모범 보이지 못해
한결 같은 대화로 깊은 곳 이해 못한다
용서한다고 말한다
숨겨진 증오 가슴 구석에 모셔둔 채
차가운 입술로만 외쳐 댄다
영혼의 상처 언제 다시 솟을지 모른다
공자처럼 옳은 말만 한다
자신은 옳게 살지 못하면서도
아무런 주저 없이
태연하게 말로만 잘 한다
가식과 위선의 슬픈 자화상
보기 좋게 그리려 덧칠해 더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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