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숙식까지 해결해야 하는 빠듯한 살림이지만 10년 넘게 그의 솜씨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손님들 덕분에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주 씨는 최근 들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단독 주택 지구인 가게 일대가 ‘숭어리샘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 지구로 지정되면서 1년 후면 이 곳을 떠나야 하기 때문.
더욱이 주 씨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임대 보증금 2000만원이 전부다. 그나마 가옥주나 상가주 등에게 주어지는 영업 보상이나 주거 이전비 등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세입자이기 때문.
인근에서 4년여 가까이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 모(60)씨 역시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6000만원의 보증금으로 주 씨보다는 조금 나은 사정이기는 하지만 정 씨 역시 자리잡기 위해 들여 온 공이 허사가 될 처지다.
주 씨나 정 씨처럼 보증금을 제외하고는 ‘한 푼도’ 받지 못하고 터전에서 쫓겨나야 하는 상가 및 주택 세입자는 모두 500여 세대에 이른다. 주택 세입자들 역시 상가 세입자와 다를 게 없다.
이들이 최근 세입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강요하는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을 청원했다.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을 현실적으로 해달라는 것.
주 씨는 “단골 손님 덕분에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데 가게를 옮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다”며 “세입자라는 이유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정 씨 역시 “가옥주나 토지주에 대한 보상 역시 미흡하기는 하지만 세입자의 경우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행법은 불합리하다”며 청원 이유를 밝혔다.
시민활동가 오 훈씨는 “단독주택의 경우 재개발이나 재건축의 차이가 없는데도 관계 법률이 재건축을 공공 사업으로 포함하지 않으면서 가옥주.토지주는 물론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일부 정비 업체를 위한 재개발.재건축이 아니라 원주민을 위한 개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도정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컷뉴스=신석우 기자 / 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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