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이미 중앙당을 비롯한 각급 권력기관에서는 후계자에 대한 충성 경쟁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반김정운 세력에 대한 숙청작업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보도도 있다. 우방인 중국에는 년초 평양을 방문한 대표단에게 김정일이 직접 설명했다는 정보도 있다. 무엇보다 국가최고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한 국방위원회가 후계자의 후견그룹으로서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새로이 국방위원으로 임명된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오극렬 당 작전부장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사회주의국가이면서도 수령유일지배체제란 1인독재국가이다. 과거 절대왕조시대의 국왕과 최고종교지도자 및 가부장제하의 아버지 역할을 합쳐 놓은 것이 수령이다. 정치와 종교, 국가와 가정이 한데 섞여 거대한 집단주의적 가족국가란 유기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북한이다. 1948년 공화국을 수립한 이래 아버지 김일성과 그의 장남인 김정일 등 단 2명의 수령만이 통치해온 북한은 이제 3번째 수령으로서 김일성의 손자이자 김정일의 3남인 김정운을 옹립하려고 하는 것이다.
김정운의 어머니는 김정일의 3번째 부인인 만수대예술단의 무용수였던 고영희이고 외할아버지는 제주도 출신의 재일동포로서 북송후 북한 유도를 창시한 체육인이다. 고영희는 김정운과 그의 형인 정철과 막내 여동생 등 3남매를 두었으나 2004년 유선암이 재발하여 사망하였다.
김정운은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을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그 사진이 현재까지 공개된 유일한 사진이다. 김정일의 외모와 성격을 빼닮았다는 김정운은 스위스 국제학교에서 잠시 유학한 후 김일성군사대학을 졸업하고 최근 위상이 강화된 국방위원회의 지도원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고 알려졌을 뿐 구체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없다. 단지 26세의 청년으로 키가 175센티미터 정도라는 것만 알려진 미지의 인물 김정운이 과연 김정일, 김일성과 같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며 오늘과 같은 난제들에 둘러싸인 북한을 통치할 수 있을 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된 이래 아무리 북한이 서두른다고 해도 김정운이 후계자로 공식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빠르면 금년 10월 10일 로동당 창건기념일과 150일 전투를 마감하는 자리에서 후계자에 관한 비공식 언급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강성대국의 문패를 걸겠다고 선언한 2012년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 김정일이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70세가 되는 해이다. 이때 7차 당대회를 개최하면 김정운을 후계자로 공식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보여진다.
앞으로 3년 후 김정운이 국방위원회를 통해 북한의 당, 군, 정 권력구조를 장악하고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순조로운 권력이양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과 정치불안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김정일의 장남이자 우리에게도 익숙한 김정남이 최근 마카오에 체류하면서 일본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후계구도와 관련한 내용들을 확인해 주었고 본인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보이기도 하였다. 이복동생이 후계자가 될 경우 자신의 신상에 미칠 일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듯한 그의 표정과 발언이 사뭇 인상적이었다.
김정일 이후 시대를 준비하면서 벌어질 북한내부의 변화에 김정남이나 정철, 정운 3형제들이 처한 입장과 각자의 이해갈등이 북한체제의 장래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로서도 이를 예의 주시하며 대비해야겠지만 7세기 고구려 패망기의 역사가 21세기 북한에서 재연되는 것이 꼭 한반도판 ‘박물관이 살아 있다’를 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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