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입주청소 '실랑이'

#1. 지난 6일 대전 중구 A아파트로 입주한 세입자 김상민(41ㆍ가명)씨는 아파트 내부 청소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황당했다. 당초 집주인과 전세 계약시 입주청소를 다짐받았지만 집주인이 용역청소가 아닌, 일반적인 청소만 해놨기 때문이다. 김씨는 계약을 도와준 부동산공인중개사에게 전화했지만 입주청소에 대한 정확한 명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2. 지난달 23일 대전 유성구 B아파트 전세 계약에 나선 황지영(여ㆍ35ㆍ가명)씨는 집주인에게 용역을 통한 입주청소를 요구했다. 자녀의 아토피 증세때문에라도 요즘 유행하는 친환경 청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주인은 아파트 분양만 받았을 뿐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럽지 않아 입주용역청소는 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기분이 상한 황씨는 계약을 포기했다.

최근 2~3년 사이 대전ㆍ충남지역에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새집 증후군’을 우려한 세입자들의 입주용역 청소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집주인들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입주청소비를 부담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집주인과 세입자간 실강이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7일 청소용역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전문입주청소를 하기 위해서는 3.3㎡당 5000원정도의 청소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전문청소용역업체들은 최근 환경호르몬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은나노 코팅 등 친환경 청소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집주인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입주청소비를 부담하려 들지 않아 계약을 마치고 입주한 세입자들은 가슴앓이만 할 뿐이다. 입주청소에 대해서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이렇다 할 대응책도 마련하기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주인과 계약시 입주청소에 대해 확답을 받아두는 게 상책이다.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의 말이 계약 전후 각각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해 요즘 같으면 세입자를 위해 녹취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김동한 해우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집주인은 세입자가 아파트에 들어와 살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하지만 입주청소는 법적인 근거가 없을 뿐더러 청소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에 계약전에 충분히 협의ㆍ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태 기자79y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