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의 미래를 이끌 전용학 사장은 비록 정치인 출신이지만 이젠 경제인으로서의 변신도 성공했다. 그는 58년 역사의 조폐공사 전통을 계승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달부터는 한국 경제를 이끈 경제인 메달도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조폐공사의 끊임없는 변화와 활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전용학 사장을 만나 경영철학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화폐제조 기술은 물론, 전자신분증을 포함한 모든 공공보안 제품과 관련된 기술에 있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식을 이용하기보다는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을 취임과 동시에 임직원에게 강조했다. 결국 이같은 노력은 전세계 200여 국가에 화폐 제조용 잉크를 공급하는 스위스 SICPA사로부터 지난 4월, 첫 번째 기술사용료를 받는 결실로 이어졌다.
또 ‘휴대형 형광 진위식별기’ 특허 3건을 중소기업에 기술을 허여하는 등 공기업으로서 국내 산업발전에도 기여했다. 자체개발한 전자여권 칩 운영체제(Chip Operating System·COS)인 ‘KCOS’가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국제 공통평가기준(Common Criteria·CC) ‘최고 보안등급(CC EAL4+)’인증을 획득해 COS기술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도 했다. 이처럼 새로운 지식에 대한 창조는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지속적인 지식창조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오는 23일부터 5만원권이 발행되면 수표사업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데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알고 싶다.
▲대책 중 하나는 바로 대덕테크노밸리에 구축한 ID본부다. 이미 이곳에서는 전자여권 생산과 발급이 이뤄지고 있다. 외국의 주화나 은행권용지의 수출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e-ID 분야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민간기업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머지않아 전자여권 시스템을 턴키방식으로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모두 100인의 인물로 4년여 동안 50차수에 걸쳐 매월 출시되는‘한국의 인물 100인 시리즈메달’은 지난해 2월 광개토대왕 메달 첫 출시 이후 30호에 달하는 메달로 이어졌다. 이달부터는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를 세계 15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한 1960~1970년대 상징적인 경제인의 인물상을 메달로 출시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선정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CEO 4인(박두병, 구인회, 이병철, 정주영)’이 바로 그들이다.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한 이들의 강인한 기업가 정신을 본받아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는 데 의미가 높다.
-‘훌륭한 일터 만들기’운동을 벌이고 있다던데 설명해달라.
▲공사는 보안성을 중시하는 업무 특성 때문에 조직분위기가 상당히 보수적이고 경직돼 있다. 이런 분위기를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로 변화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돼 직원들에게 ‘섬김의 리더십’, ‘소통’, ‘훌륭한 일터’를 덕목으로 강조해왔다.
직원들이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Trust)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Pride)을 느끼며 함께 일하는 동료 사이에도 즐거움(Fun)을 느낄 수 있는 일터를 만들면 경쟁력을 자연스럽게 뒤따라오게 돼 있다.
-공사 내부에서 ‘YES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기업경영의 시작과 끝은 고객과 함께 한다’는 기본신념을 바탕으로 ‘지식창조형 기업’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적 책임(CSR)강화를 경영방침으로 설정했다. 고객과 지역사회, 나아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고객중심적인 사고로 소통할 때만이 국민의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어서다. 결국,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YES운동은 고객과 직원, 일반 국민에게 긍정의 힘이 넘치는 신바람 나는 고객만족활동을 전파하려는 공사만의 새로운 경영방침이며 ‘긍정의 힘’, ‘나눔’, ‘고객최우선 자세’라는 3대 가치로 구성돼 있다.
-취임 당시,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는데 이에 대해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민의 기업인 공기업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지역에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공사는 ‘KOMSCO와 함께하는 돈 이야기’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청에서 추천받은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화폐문화 체험기회를 제공하고 화폐에 대한 이해와 문화를 두루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찾아오고 모셔오는 화폐박물관’을 통해 일반국민에게 화폐 문화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다양한 고객만족활동과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지난해에는 기획재정부에서 주관‘2008년도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조폐공사는 앞으로도 지금의 수준에 안주하지 않고 고객, 이웃, 나아가 일반국민에게 최고의 품질,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모범 공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이경태 기자79y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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