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김윤석 또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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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김윤석 또 달린다

■거북이 달린다 감독: 이연우. 출연: 김윤석, 정경호, 선우선.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6-05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시골형사 조필성은 친분이 있는 안마시술소 포주의 뒷돈을 받고 신흥 출장안마 포주를 검거해주려다 일이 잘못돼 정직을 당한다. 가장 노릇을 하겠다고 아내의 쌈짓돈을 훔쳐 돈을 건 소싸움에서 운이 좋아 큰돈을 따지만 탈주범 송기태에게 몽땅 빼앗기고 손가락까지 잘리는 수모를 당한다. 형사로서의 명예와 가장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조필성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달리기 하나로 500만 관객을 숨죽이게 했던 ‘추격자’의 김윤석이 또 달린다. 필경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제목을 따왔을 영화 ‘거북이 달린다’에서 그의 역할은 거북이다. 속도는 느려졌고 카리스마도 확 줄었다. 과연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거북이 달린다’는 11일 개봉되지만 어젯밤 예산군 문예회관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예산은 영화의 무대이자 촬영지이고 이연우 감독의 고향이다. 촬영에 협조해준 군민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자리였다.
 
 ‘거북이 달린다’는 범죄 없는 조용한 마을 예산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신출귀몰한 탈주범과 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시골형사와의 끈질긴 승부를 그린 영화.

 하드웨어는 얼핏 보기에 ‘추격자’를 쏙 빼닮았다. ‘형사’와 ‘탈주범’, 그리고 ‘달린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김윤석은 “0.1%도 닮지 않았다”고 고개를 내젓는다.

 “참 이상한 게 달리는 거 하나만으로 다들 ‘추격자’를 연상하는 거다. 온도로 따진다면 두 영화는 같은 지점이 하나도 없다.”

 김윤석의 말처럼 두 영화는 큰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주인공 캐릭터가 전혀 다르다.
 ‘추격자’의 엄중호가 범죄의 어둔 그림자에 찌든 전직 형사라면 ‘거북이 달린다’의 조필성은 상대에게 얻어맞기만 하는 유약한 형사이고 때로는 바보 같은 구석도 있는 평범한 40대 남자다. 가족에게 변변찮은 아버지이고 남편이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착한’ 가장이기도 하다.

 또한 탈주범 송기태 역시 연쇄살인범 지영민에 비하면 훨씬 이성적이고 인간적이다. 영민이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과 달리 기태는 연인 경주와 함께 해외로 도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범죄를 저지른다.

 온도를 따진다면 ‘추격자’가 주로 밤이 배경일 만큼 어둡고 지독하며 유머가 거의 없는 도시 스릴러라면 ‘거북이 달린다’는 주로 낮 촬영이 많으며 코미디와 드라마가 골고루 살아있는 농촌 액션극이다. 훨씬 따뜻하다.

 조필성과 송기태의 첫 대면. 탈주범을 잡기는커녕 무참하게 얻어맞고 기절해 엎어진 조필성을 동네 강아지가 혀로 핥아 깨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지향점을 뚜렷이 드러낸다. 한쪽 손과 다리가 수갑에 묶여 엉거주춤한 자세로 겅중겅중 뛰는 상황에서 강아지마저 쫓아와 짖어대니 폭소가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연우 감독은 “일부러 연기에 익숙하지 않은 동네 강아지를 캐스팅했는데, 현장에서 자기 혼자 알아서 놀면서 우연히 좋은 장면을 만들어 주더라”고 말했다.

 조필성이 거북이라면 토끼는 송기태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신출귀몰한 행각으로 인터넷 팬클럽까지 거느린 ‘스타 탈주범’이다. 트럭으로 특별 수사대 컨테이너 사무실을 박아버리고, 트럭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뛰어내려 도망가는 기태에게 자신이 쏜 가스총에 정작 자신이 정신 못 차리는 조필성은 적수로 한참 부족하다.

 하지만 조필성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건 채 물고 늘어지는 무식한 작전으로 송기태를 잡아낸다. 치밀한 구성의 형사극과는 거리가 한참 먼 마구잡이 추격전. 이 영화의 재미는 ‘범인을 잡는 방법’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풍겨나는 ‘사람냄새’에 있다.

 범죄 스릴러나 액션 영화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이나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제는 탈주범과 형사의 추격전이 아니다. 나태하지만 선량한 소시민 형사 조필성이 뜻밖의 싸움을 계기로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 긴장 풀고 느긋한 마음으로 보아야 좋을 ‘드라마와 코미디 사이’ 영화다./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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