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근로 프로젝트가 닻을 올린 지 이틀 째인 2일, 공주시 정안천 생태공원 조성 공사 현장에는 50여명의 여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분주히 손을 놀렸다.
이들은 한 손에 든 호미로 땅을 파낸 뒤 꽃묘를 심고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정성스레 다독였다.
더위가 찾아오기 이른 오전 10시, 잔뜩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불었지만 노광자(58,여,유구읍)씨의 콧등에는 땀방울이 가득했다.
▲ 희망근로 프로젝트에 참가한 시민들이 2일 충남 공주시 정안천 연꽃공원에서 공원조성 공사로 바쁜하루를 보내고 있다./이민희 기자 |
일당 3만 3000원의 많지 않은 급여지만 노씨에게는 이 일자리가 희망이기에 일을 가벼이 할 수가 없다. 남편이 논 농사를 조금 짓고 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수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희망근로라고 적힌 배지를 가슴에 단 노씨는“요즘처럼 힘들 때 일자리를 만들어주니 얼마나 고마워요. 6개월 동안이지만 열심히 일 해야죠”라고 말했다.
돈을 벌 수 있기 위해 나섰지만 얻는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노씨는“일자리를 통해 다른 동네 사람만나서 소식도 전해 듣고하니 일석이조죠”라며 일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연령 제한이 없어 대부분 50~60세의 여성들이 많이 참여한 희망근로 프로젝트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20대 주부 이명선(27,여,유구읍)씨도 희망을 찾고 있었다.
이씨는 “그동안 아이들 돌보느라 집에만 있었는데 동네 분들이 함께 일해보자고 해서 나왔어요.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 지출이 많아졌는데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다행이죠”하며 밝게 웃었다.
유구에서 공주까지 매일 40~50분 동안 버스를 타고 출퇴근 해야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불평하지는 않는다. 그는 “이동시간을 감안해 퇴근 시간을 조금 앞당겨 준 것만으로도 고맙죠”하면서도 통근 버스를 운행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일터에 나선 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이 엿보였지만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경제 한파에 길을 잃은 실직자와 청년 구직자에게 도약의 기회로 활용될지는 의문이다. 이날 50여 명의 여성들 틈에서 남성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를 구한 남성은 많지 않다. 대부분 사업이 비교적 단순 노동인데다 임금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
여기에 소비 진작을 위해 지급될 상품권이 경기 활성화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희망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한 참가자는 “임금의 30%를 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데 참가자 대부분이 나이많은 농어민들인데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이시우 기자 jabd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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