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하면 이것이다’할 정도로 단박에 연상되는 도시 브랜드와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다. 대전시 등에 따르면 대전을 국내외에 소개할 때 갖가지 수식어가 붙는다.
지난 30여 년 전 조성된 대덕연구단지를 기반으로 조성된 대덕 R&D특구를 홍보할 때에는 ‘과학기술의 도시 대전’이란 수식어가 앞선다.
민선 4기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3000만 그루 나무심기 홍보엔 ‘녹색 도시’가 동원된다.
국제회의를 유치해야 할 때엔 ‘회의 도시’, 교통 인프라를 강조할 경우에는 중부권에 있다는 점을 들어 ‘교통의 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삽입 된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겨냥한 ‘의료 도시’, 살기 좋은 지역을 부각시킬 때엔 ‘삶의 질 최고의 도시’ 등이 사용된다. 이러한 수식어는 각종 컨테스트에서 수상한 전력을 근거로 하는 등 전혀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그때 입맛에 따라 가져다 쓸 뿐이다. 중구난방 식 수식어는 거꾸로 생각하면 대전을 대표하는 정통 브랜드가 없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대전시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선 4기 들어 창조도시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이 역시 매우 추상적이라는 견해가 많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께 용역을 통해 경제, 문화, 사회 등 부분별로 창조도시 구현을 위한 157개 세부과제를 도출해 추진 중”이라며 “이는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것이기 때문에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전직 시장 시절 만든 대전시 브랜드 슬로건 ‘이츠 대전(It’s Daejon)’도 언뜻 봐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시민들이 대다수로 대전의 정체성이나 독창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타 지자체는 민선 출범 이후 졸속으로 만들었던 브랜드슬로건을 도시 각 정체성을 잘 표현하는 새 브랜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전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도시의 각 분야를 두루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먼저 세우고 나서 그 위에 세부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대전충청미래포럼 신천식 박사는 “도시의 정체성을 일부 그룹이 현재에 있는 것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도출해야 한다”며 “가칭 대전정체성 회복위원회, 대전도시 비전 위원회 등을 만들어 폭넓은 토론을 거쳐 생각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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