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을 과시하듯 신록을 자랑하던 5월이 시나브로 여름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올해 5월은 기상관측 이래 이례적인 고온현상이 계속돼 가히 여름이라 할 만했다. 시민들은 어느 해보다 일찍 여름옷을 걸쳤고, 여름 상품 판매업체는 희색이었다.
특히 5월 상순과 하순 기온은 날씨의 쿠데타라고 할 만큼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상청의 지난 최고기온을 분석한 결과 대전지역의 기상관측을 시작한 1969년부터 지난해까지 40년간 5월 상순(1~10일) 동안 29.9℃(지난 6일 최고기온)를 넘은 날은 단 5일 뿐이었다.
400일 동안 다섯 번만 지난달 6일의 최고기온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지난달 6일 대전 지방의 최고기온이 29.9℃를 기록한 이후 비가 오기 전인 11일까지 연이어 28~29℃를 오르내리는 고온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29.9℃를 넘어섰던 5일도 이 같은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 실제 가장 최근인 2000년 5월 9일 최고기온은 30.3℃였지만 그 전날인 8일은 23.8℃, 다음날인 10일은 18.5℃로 고온현상은 단 하루에 그쳐 일시적인 열풍이었다.
30.4℃를 기록했던 1997년 5월 5일도 전날은 25.1℃에 그쳤고 이틀만인 7일 23.1℃로 대폭 하락했다. 30.0℃를 기록했던 1994년 5월 2일, 최고기온이 29.9℃였던 1990년 5월 10일, 30.7℃를 기록한 1982년 5월 10일도 앞뒤 날은 고온을 유지하지 못한 채 더위가 꺾였다.
중순에 잠시 주춤했던 기온은 하순 들어 다시금 뚜렷한 고온현상을 유지했다. 28일 최고기온이 29.2℃인 것을 비롯해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28℃ 근처를 맴돌며 평년최고기온보다 3~5℃ 정도 높으며 더웠다. 이런 수치로 이번 5월의 최고기온이 평년 최고기온보다 20일이나 높았다.
나머지 날들은 대부분 비가 온 날이었고, 실제 올해 5월 대전지역에 비가 온 날은 10일이었다. 강수량은 평균 강수량보다 30mm 이상 많았다.
비가 오지 않는 한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을 만들었던 지난 기온의 업적(?)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후온난화 등의 영향과 더불어 5월엔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다른 어떤 해보다 많이 받아 고온현상이 유지됐다”며 “본격적인 여름으로 들어서는 6월은 평년과 비슷한 기온 속에 고기압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고온현상을 보일 때가 있겠고, 7월은 기온변화가 큰 속에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6월이 시작되는 이번 주도 1일과 2일 대전지역의 최고기온이 27℃와 28℃까지 올라가는 등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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