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칠 대전충남 민예총 사무처장 |
#장면2=딸랑딸랑 요령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련히 먼 기억 속에 있었던 내 어려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상여가 같이 온다. 공연히 먹먹해져 오는 가슴과 꽉 차오르는 무언가가 목울대를 막아선다. 삼베 두건에 상복을 입은 이가 두렁 두렁 상여소리를 시작한다. ‘어∼허, 어∼화∼넘, 어이가∼리∼ 넘자 어화넘∼’ 상여를 맨 이들이 그대로 받아 따라한다. 언제 들어도 구슬프고 처연하다. 그러면서도 내 핏속에 그 곡조가 흐르고 있음을 매번 확인한다.
우리네들은 누구나 금방 따라할 것 같은 곡이다. 광장을 메운 많은 이들이 보내기가 아쉬운지 여기저기 훌쩍인다. 하얀 지화를 두른 작은 상여가 무거워 보인다. 빈 상여를 매고 있는 이들이 한없이 힘들어 보인다. 갈 길이 멀어 더디단다. 그러면서도 이승과 저승은 가까워서 대문 밖이 저승이라고 한다. 그 많은 일들을 두고 어찌 가냐고 울어댄다. 남은 자들이 더 서럽다고 외쳐댄다. 그러면서도 이 번민 가득한 곳을 벗어나 편히 쉬시라고 달랜다. 부디 좋은 곳에서 바보들이 편안한 곳으로 잘 가시란다. 그렇게 한밤중에 너른 광장에서 망자를 떠나보내고 있다. 자진모리다. ‘어화∼넘자! 넘자∼넘자!’
#장면3=베옷을 입은 이가 구슬픈 곡조에 맞춰 천천히 노란 띠 뭉치를 들고 나온다. 노란 띠가 한 삼태기는 된다. 노란 띠에는 글씨가 쓰여 있다. 사람들이 당신 가시는 길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가 보다. 이제 막 글씨를 배운 어린 아이부터 젊은 처녀 총각들,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염원에서 푸념까지 아니 다짐과 각오도 적혀있다.
그런 기원들을 들고 춤꾼은 온몸에 감싸 안는다. 노란 띠가 온몸을 덮는 순간 사람들의 염원 덩어리가 된 춤꾼은 드디어 망자를 붙든다. 가지 말라고 애원하고, 바짓가랑이를 잡아챈다. 그래도 가야한단다. 저만치 가고나면 가서 붙들어오고, 또 가면 뛰어가서 붙들어 앉힌다. 제발 한마디만 더 해주고 가시라고. 얼굴한번 더 보여주고 가시라고. 이렇게 가고나면 우리는 또 어쩌라고 그렇게 매정하게 가시냐고 원망을 해보지만 그래도 가야한다고 길을 재촉한다. 그렇게 춤꾼의 어깨에 얹혀있던 망자의 혼은 한삼자락 끝으로 내려앉더니 천천히 가고 있다. 우리들은 또 그렇게 우리들의 ‘바보’ 친구하나 보내고 있었다. 남은 자들의 몫만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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