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표]발명은 과학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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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표]발명은 과학이 아닙니다

[기고]홍정표 특허청 화학생명공학심사국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5-30 11면
  • 홍정표 특허청 화학생명공학심사국장홍정표 특허청 화학생명공학심사국장
기념일이 어느 달보다도 많은 5월이 벌써 다 갔다. 올해도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화창한 봄날씨와 더불어 다양한 행사가 줄을 이었다. 이 많은 기념일 속에 묻혀버려 5월이 ‘발명의 달’이고 5월 19일은 ‘발명의 날’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 홍정표 특허청 화학생명공학심사국장
▲ 홍정표 특허청 화학생명공학심사국장
‘발명의 날’인 5월 19일은 세종대에 측우기를 고안한 날에서 기원됐다고 한다. 1957년 당시 상공부가 이날을 ‘발명의 날’로 공식 지정한 것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전과 발명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처럼 기술이 중요시되는 시대, 발명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발명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더 필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일반인들에겐 ‘발명’이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편이다.

이런 현상은 일반인들이 발명이라는 것을 일부 뛰어난 발명가들의 일로서 자신들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데 큰 원인이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발명에 관한 한 전문가보다 보통 사람들의 활약이 오히려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5월 1일부터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는 전 세계 35개국 400여 명의 여성 발명가들이 참여한 ‘2009 세계여성발명대회’와 ‘대한민국여성발명품박람회’가 개최되었다. 전시된 발명품 중에는 무뎌진 칼날을 갈기 위한 칼갈이가 손잡이 안쪽에 장착된 이른바 ‘칼갈이 내장형 칼’을 비롯, 양말이나 속옷 등을 건조대에 슬라이드 식으로 널 수 있도록 하여 간편하고 견고하게 빨래를 고정할 수 있는 건조대, 방범창에 블라인드를 설치하여 추락사고의 방지와 미관의 기능을 갖춘 다목적 유아보호 블라인드 같은 것들도 있었다.

이런 창작품은 전문 지식이 필요없이 아이디어만으로 가능한 것들이다. 생활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찾아 불편함을 해결해주고, 가족을 생각하는 여성의 노력으로부터 창작된 발명품들이다.

생활 속의 발명은 외국에서도 사례가 많다. 미국의 제이미 여사는 50 여년 전 높은 열에도 견뎌내는 새로운 합성섬유가 개발되자, 이를 실생활에 이용할 방법을 궁리한 끝에 다리미 덮개를 제작하여 여성들에게 손쉬운 다리미질 방법을 제공하였다.

일본의 마사다 여사는 쇼핑한 물건들을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물건을 담은 뒤 묶을 수 있는 형태의 쇼핑백을 발명하였고, 사카이 여사는 생리대를 발명, 생리 현상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던 전세계 여성에게 보다 편리한 삶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런 발명품들은 비록 그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는 못했더라도,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만으로도 발명하기에 충분하다는 좋은 예를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발명으로 경제적인 성공까지 이룬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들의 발명품을 모두 특허 출원하여 법적 권리를 획득하고 사업화를 추진한 공통점이 있다. 더 이상 ‘발명’이 위대한 발명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라도 자신의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다 보면 훌륭한 발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우리 민족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측우기와 거북선도 만들어 낸 민족이다. 우리 모두는 뛰어난 발명가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본다. 누구든 간단한 아이디어로 훌륭한 발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발명의 달’ 5월을 보내며 내 동료 혹은 내 이웃의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의 불편을 해결한 발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특허권을 획득하여 경제적인 성공까지 이루기를 기원해 본다. 거듭 말하지만 발명은 과학이 아니다. 발명은 우리의 삶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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