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부산에서 일본으로 보트를 타고 ‘물건’을 나르는 형구는 일본의 사업가 보경에게 김치를 배달하며 살아간다. 일본에 갈 때마다 그를 맞는 토오루는 형구가 가져오는 김칫독을 애지중지한다. 그 안에 마약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아는 형구는 불안하지만 하던 일을 계속한다. 어느 날 형구는 납치한 여자를 일본으로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는데….
하정우는 ‘추격자’로 스타덤에 올랐으며, 쓰마부키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국내 영화팬들에게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던 배우다.
‘보트’는 이 양국 배우들에게 온전히 기댄다. 가족이 없는 한국 청년 형구와 가족이 엄청난 짐이 되는 일본 청년 토오루를 연기한 하정우와 쓰마부키의 호흡은 꽤 괜찮다.
형구와 토오루가 각각 자신의 처지와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보트’는 꼼꼼히 설정된 캐릭터를 연료삼아 무난하게 출범한다.
문제가 있는 청년 둘이 한 보트에 올랐으니 보트가 제대로 갈 리 없다. 조직이냐 돈이냐를 놓고 둘은 싸우면서 미운 정을 키워나간다.
둘은 김치, 돈, 가족을 위해서라면 치고받고 달리지만 둘이 찾고자 하는 것은 따로 있다.
김영남 감독은 “모가 난 딱딱한 줄구슬 두 개가 있다. 줄구슬은 서로 부딪히고, 그러면서 어딘지 모르고 얽히고,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개의 줄이 매듭지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보트’는 청춘이여 위험해도 부딪혀라, 하고 부추긴다. 그게 완전히 박살날지도 모르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그건 한 번 목숨을 걸어볼 일이라고 속살거린다.
숨이 붙었는지, 아니면 끊어졌는지도 모르지만 형구는 토오루와 한 배를 탄 뒤에야 환상이 아닌 현실의 자신을 대면하고 받아들인다. 그게 김 감독이 말한 ‘매듭의 마술’이다.
마약 납치 같은 범죄가 등장한다고 해서 누아르물이 아니라 청춘영화로 봐야 오롯이 보인다.
관계의 매듭은 어떨지 모르지만 영화의 만듦새는 뒤로 갈수록 엉성해진다. 현실에 대한 고뇌를 담고 있던 영화가 느닷없이 판타지로 건너가는 마지막 장면은, 작가와 감독의 의도를 모르진 않지만,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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