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재술 한국교원대 총장 |
추방을 당하면서 아리스테이데스는 두 손을 뻗어 “신이시여, 제발 이 아테네 시민들에게 또다시 이 아리스테이데스가 그리워서 견딜 수 없는 때가 찾아오지 말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아리스테이데스는 그 후 다시 페르시아와 전쟁이 있었을 때 아테네를 위해서 많은 공을 세웠으며, 죽을 때까지 자기를 위해서 아무런 재산도 모으지 않았기 때문에 장례식을 국가에서 치러 주었을 뿐만 아니라 딸들의 결혼 비용도 아테네 시가 제공하고, 아들에게는 토지와 연금을 제공하였다고 한다.
기원전 500년이나 된 이야기를 여기에 적는 것은 작금의 우리 정치를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다. 생명체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하등 동물에서 점차 고등 동물로 진화해 왔고 인류의 문명도 고도로 진화해 왔는데, 오직 정치만은 진화가 되지 않는가 보다. 2000년도 지난 과거의 정치 지도자가 지금에 와서 그리워지니 말이다.
우리 정치의 이러한 문제는 급기야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국가적인 불상사를 불러오기에 이르게 되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대통령 수난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행한 역사를 거쳐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는 분단이라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이 이러한 현상을 만들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분단으로 인한 양대 이데올로기의 대립에서 출발하여 급속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이러한 정치 풍토를 만든 원인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통령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제를 포함한 국가의 국제 경쟁력은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발전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보면 역대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대통령에 비해서 정치를 그렇게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웅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역사에 남는 영웅이라고 완전한 인간이었겠는가? 어떤 사람도 완전한 사람은 없다. 소크라테스는 그렇지 않았겠으며, 공자나 맹자는 그렇지 않았겠는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정적인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면을 더 부각시키는 성숙한 정치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이제 해방이 된지도 반세기가 훨씬 지났다.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권 교체도 몇 번 해 보았다. 대통령을 처벌도 해 보았다. 우리나라가 민주국가라는 것을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성숙된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약자를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그런 민주주의가 아니라 소수인 약자를 다수인 강자가 이해하고 서로 화합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 땅에 뿌리내릴 때가 되었다. 이제는 생각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비판할지언정 미워하지는 않는 성숙한 정치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우리나라 정치권과 사회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이 충격이 그냥 충격으로만 머물지 말고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자성하며, 미움의 사슬을 끊고 화해와 화합으로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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