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복]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유재복]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수요광장]유재복 변호사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5-27 21면
  • 유재복 변호사유재복 변호사
“당구풍월(堂狗風月;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이라는 말이 있다. 경험과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어찌 보면 참으로 위험천만한 말이다. 곁눈질하며 살다보면 엇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아는 것과 아는 것처럼 보이거나 행동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법. 어설피 아는 것은 모르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때로는 위험하다.

▲ 유재복 변호사
▲ 유재복 변호사
판사와 변호사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법원 주변에 사이비 법조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 법이 아무리 상식에 기초하고 보편타당성을 중요시하기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문분야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알고 보면 별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때로는 난해하고 때로는 미묘(微妙)하다. 그런데도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부정확하고 불확실한 지식에 터잡아 섣불리 판단하고 단순하게 결론짓는 사람이 있다.

남의 토지도 20년만 점유하면 시효취득으로 무조건 자기 것이 된다고 어설피 알고 있거나, 보전처분을 해놓지 아니한 채 본안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더라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로 실효성이 없게 되거나, 재판진행을 함에 있어 주장책임이나 입증책임을 소홀히 하여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소송에서 어이없게 지는 경우는 너무 비일비재하다.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知之謂知之 不知謂不知 是知也;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논어>><위정편> 그러나 사람들은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쓸데없는 고집을 부린다. 모르는 것마저도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선무당들, 이러한 사람들은 상대방들이 자신의 기망행위를 전혀 모른다고 생각한다.

굳이 모르는 것을 아는 체 한다면 영원히 알 길이 없다. 현자(賢者)는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이다. 여든 노인도 세 살배기로부터도 배울 것이 있을 수 있는 법. 아무리 천재라도 전혀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고 아무리 둔재라도 잘 아는 것은 분명 있다.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은 창피한 것도 비굴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배우는 바람직한 자세로서 칭송받아 마땅하다.

결국은 겸손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이고 상대와 사이의 흉금 없는 소통이다. 자신이 소중하듯이 상대도 소중한 것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상대를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며 상대의 지식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던가. 세상만사 혼자 다 알 수도 할 수도 없는 법이다. 부족한 것은 서로 채워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배움의 시기는 없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가 바로 배움의 시기이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체 하며 두루뭉수리 혹은 은근슬쩍 넘어가려다가는 종국에는 낭패를 보는 수가 있다. 자존심 따지지 말고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넌다.”는 심정으로 모르면 물어야 한다. 질문은 상대의 기분을 우쭐하게 만들어 주고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다. 꿩 먹고 알 먹고, 실로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닌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눈썰미 하나만 믿고 익히 안다고 확신하고 있는 양 행세하며 함부로 나대다가는 망신만 당하고, 자칫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시늉을 내는 것과 제대로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법. 원목과 무늬목이 어찌 같겠는가. 모르는 것은 물어야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무리 신통찮게 보여도 전문가는 그냥 전문가가 된 것이 아닌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