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심 태안 이원초등학교 교사 |
그런데 어느 날 원어민 선생님이 우리 교실에 오더니만 자기랑 같이 치과에 가줄 수 있느냐고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며칠 전부터 치통이 너무나 심하단다. 이틀 전에 혼자 치과에 갔었는데 의사 선생님과 대화가 잘 되지 않아 치료를 받으면서 눈물까지 흘렸을 정도로 너무나 힘들었단다. 자기와 같이 가서 자기 치아가 지금 어떤 상태이며, 앞으로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 만이라도 좀 알려달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날도 역시 우리 원어민 선생님은 10대 이상의 마취 주사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내내 통증으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알고 봤더니 원어민 선생님이 마취가 잘 안되는 특이체질이란다. 물론 진통제도 소용이 없었다. 그날 나는 영어로 치료의 과정을 설명해 주는 어려움보다 치통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다음날 학교에 와서 선생님들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먼 나라까지 와서 얼마나 아프고 힘들겠냐면서 걱정들을 하신다. 그 중에는 개인적으로 가지고 다니시던 비상용 진통제를 원어민 선생님에게 주시는 분도 계셨다. 그리고 다들 원어민 선생님을 만나면 치아를 가리키시면서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신다. 참 재미있고 신기한 것이 우리 선생님들은 우리말로 물어보시고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원어민 선생님은 영어로 대답하는데도 다 알아듣는다. 통한다!! 우리 선생님들이 마음으로 걱정해 주는 것을 느낀 원어민 선생님도 이제는 가끔씩 우리와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졌다.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말하니 언어가 달라도 통하는 것 같다. 말이 조금 서툴러도, 고상하고 멋진 말이 아니어도 진실한 마음을 담아 전하고 마음으로 들어주면 누구하고라도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대화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인가 보다.
우리 원어민 선생님, 아직도 치과에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토록 극심했던 치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한다. 진통제가 안 듣는다고 하니 어떤 선생님이 한의원에 한번 가보라고 알려주셨단다. 거기서 침을 맞았는데 정말 신기하게 치통이 사라졌다면서 정말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더 좋았던 것은 치료비가 정말 쌌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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