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마지막 수필집으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완성해 암과 장애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남기고, 2009년 5월 9일 낮 12시 50분, 향년 57세를 일기로 타계하였다.
하지만 2001년에 유방암 선고를 받은 후 완치되었지만, 2004년 척추에서 암이 재발하고, 간암판정까지 받는 등 연이은 시련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혹독한 병마와 싸워오면서도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적인 삶을 보여주었고, 투병 기간 중에도 『문학의 숲을 거닐다』, 『축복』, 『생일』 등 책과 일간지 칼럼을 통해 희망과 감동을 선사하였다.
이 책은 그림 작가 선정에서부터 제목, 책의 디자인 콘셉트에 이르기까지 모두 장영희 교수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된 것이다.『내 생에 단 한번』 출간 이후 월간 「샘터」에 연재된 원고 57편 중에서 단행본에 수록할 것들을 가려내고, 중복되는 내용들을 정리하였으며, 한 편 한 편 글을 다듬었다. 투병 중에 입퇴원을 반복하면서도 짬짬이 글을 손보았으며, 마지막 교정지는 입원 중에 검토했다. 그러나 책 인쇄가 끝난 8일에는 이미 의식을 잃어 완성된 책을 보지 못했다.
이 책에는 2001년 미국 보스턴에서 안식년을 지내면서 한 경험들, 척추암 투병 중에 쉬었다가 일상생활로 복귀하면서 연재를 재개했을 때, 다시 연구년을 맞았으나 암이 간으로 전이되어 미국행을 포기하고 한국에 머물게 되었을 때의 일들 등 장영희 교수의 생에 마지막 9년간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가 이 책의 제목을 ‘살아온 기적 살아온 기적’으로 정한 것은 무엇보다 ‘기적의 책’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지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기적을 원한다. 암에 걸리면 죽을 확률이 더 크고, 확률에 위배되는 것은 기적이기 때문이다. 나의 독자들과 삶의 기적을 나누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나는 지금 내 생활에서 그것이 진정 기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는 기적이란 다른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프고 힘들어서 하루하루 어떻게 살까 노심초사하며 버텨낸 나날들이 바로 기적이며,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다.
모든 암환자들이 그렇듯이 생전에 그는 자신이 ‘암 환자 장영희’로 비춰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세 차례의 암 투병을 거치면서 쓰고 다듬은 글들이지만 그의 글들은 결코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다. 암 투병, 장애…… 자칫 암울해지기 쉬운 소재들을 적절한 유머와 위트, 긍정의 힘으로 승화시키는 문학적 재능과 여유는 장영희만이 갖는 독특한 힘이자 아름다움이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의 위대한 힘을 믿었다. 물이 자꾸 차올라오는데, 작은 섬 꼭대기에 앉아서 누군가 구해줄 것을 기다리며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눈먼 소녀의 이야기를 하며 누군가 “이런 허망한 희망은 너무나 비참하지 않나요?”라고 물었을 때 그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희망의 노래를 부르든 안 부르든 어차피 물은 차오를 것이고, 그럴 바엔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낫다. 그리고 희망의 힘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듯이 분명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다. 그래서 나는 누가 뭐래도 희망을 크게 말하며 새봄을 기다린다.”
희망을 잃을 만큼 절망의 고배를 마셔본 자만이 진정한 희망을 보는 혜안을 가지는 걸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앞의 불평과 불만과 싸우고 있는 내 자신을 돌이켜 보며 희망 전도사의 삶이 배어나는 저자의 글속에서 제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께 삼가 조의를 표하며 고인의 영전에 놓아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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