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자 대전주부교실 사무국장 |
비단 먹는 물에 대한 부분뿐만 아니라 어린이용 목욕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실을 알고도 식약청이 이를 방치했다는 내용이 발표돼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미 소비자단체가 미국 내 48개 아기 목욕제 가운데 포름알데히드와 1,4-다이옥산이 검출되었다고 공개한 정보를 이미 지난 3월에 입수하고도 정부에서는 성분검사 등 즉각적이며 체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여론이 거세어지자 해당 제품이 국내에 수입되지는 않았지만 소비자의 관심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어린이용 목욕용 제품을 수거·검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은 최근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접하면서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제품을 먹고, 사용하고, 입고 있는데 과연 자신이 선택한 제품에는 암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危害)성분이 함유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극단적인 소비자들은 ‘모르는 것이 약이다.’는 식으로 아예 눈과 귀를 막아 버리고 생활하는‘소비자 정보 불감증’환자를 양산(量産)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소비자기본법 제4조 1에‘소비자는 물품 또는 용역으로 인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 같은 법률 제8조 ①항에‘국가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물품 등으로 인한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사업자가 지켜야 할 기준을 정하도록’되어있으며, ②항에‘ 국가가 정한 기준을 사업자가 준수하는지 여부를 정기적으로 시험·검사 또는 조사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죽어있는 법이 살아 숨 쉬는 소비자를 아프게 하고 있다.
물론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생수시장이 커져, 국민들의 손에 생수병이 들려지기 전에 당국은 꼼꼼하게 제조, 유통과정을 살펴보았어야 하며 위해요인을 다각적으로 수집해 이를 차단시킬 대책을 강구했어야 한다. 더구나 TV 화면상에 비친 일부 제조업체의 경우 시설과 제조과정이 엉성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들 업체에 대한 위생관리도 수시로 체크 했어야 했다. 또한 수입상품의 경우도 유통되기 이전에 충분한 조사와 검사를 병행해야 함은 물론 위해정보 수집을 위한 노력과 함께 ‘문제 있음’이라는 정보가 발견되었을 때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당국은 소비자 보호활동에 늘 ‘사후약방문’식 대처에 급급하다.
정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도 정부의 몫이다. 관계 당국은 신의성실 원리(信義誠實 原理)에 기초하여 검증되지 않은‘하더라’정보를 차단시키고 진위여부를 가려, 이를 때에 맞추어 정직하게 제공하여야 한다. 이는 소비자는 정보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정보력이 곧 시장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 소비자의 힘이라는 보이지 않는 믿음 때문이다.
경제활동은 ‘돈 벌이 관점’에서는 생산적이지만‘삶의 질 관점’에서는 파괴적인 두개의 얼굴이 항상 줄다리기를 한다. 또한 오염된 생수를 마셔야 하는 객관적 사실과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주관적 심리가 함께 하고 있다. 그렇지만‘남의 탓’이 아니라 ‘나의 탓’이란 자기 책임성(Self- Responsibility)에 충실한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비관의 눈(雪)과 냉소의 얼음으로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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