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렐라인은 새로운 동네에 이사와 심심해하던 중 집안에 있는 비밀의 문을 열고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다른 세계 속의 부모와 고양이, 이웃들은 진짜 세계와 달리 코렐라인이 원하는 건 뭐든지 해준다. 그러나 코렐라인은 그 세계의 숨겨진 무서운 진실을 알게 되고.
아찔하다. 이 애니메이션. 3D 입체영상과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의 첫 만남. 환상적이다.
스톱모션애니와 3D는 사실 매우 다른 장르다. 3D가 온전히 컴퓨터 작업으로 이뤄지는 반면 스톱모션애니는 캐릭터, 소품, 배경 등 모든 걸 일일이 손으로 만들고 움직인다. 조금 움직여 한 장 찍고 또 조금 움직여 한 장 찍고, 그렇게 찍은 필름을 이어 붙여 움직임을 얻는 지난한 작업이다. ‘코렐리아: 비밀의 문’의 경우 74초 분량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 스태프 300여명이 일주일을 매달렸다.
한 장 한 장 찍을 때마다 동작이 멈춰서기에 스톱모션애니다. 아트만의 ‘월레스와 그로밋’, 실은 헨리 셀릭의 작품임에도 팀 버튼의 것으로 유명한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셀릭 감독은 컴퓨터를 이용해 툭툭 끊기는 스톱모션의 부자연스러움조차 아름다운 리듬으로 변용해낸다. 인형 얼굴에 컴퓨터 정보로 입력시킨 목소리 배우들의 얼굴 표정을 덧댔고 그렇게 완성된 코렐라인은 20만 가지 표정을 갖게 됐다.
‘코렐라인…’은 소녀의 성장담이다. 핑크 궁전 아파트로 이사 온 소녀가 집안에서 우연히 작은 문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체험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소녀는 진정한 행복,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전형적인 동화의 구조다.
하지만 소녀가 우연히 발견한 작은 문으로 들어가 ‘또 다른 세계’와 만나는 순간, 이미지의 마법이 시작된다.
특히 숨이 넘어갈 정도로 정교하게 완성된 정원은 압권이다. 입체안경으로 보면 곤충은 관객의 머리 위를 날고 꽃들은 스크린 위에 피어 있다. 벌 떼, 나비 떼가 지나가면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사마귀차는 별이 쏟아지는 정원을 가로지른다. 별 생각 없이 극장에 들어섰다간 황홀한 이미지의 잔치에 놀랄 것이다.
셀릭은 불운했다. 그가 공들여 만든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팀 버튼의 것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셀릭은 이번 ‘코렐라인’으로 스톱모션애니의 기술적인 정교함에 있어선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임을 입증해낸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온전히 자신의 세계에 속하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새로운 시각적 엔터테인먼트의 탄생이다./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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