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존 코너가 이끄는 인간 저항군과 터미네이터 기계군단 사이에 치열한 전쟁이 계속된다. 이 와중에 깨어난 마커스는 폐허가 된 LA에서 소년 카일 리스를 만난다. 카일은 타임머신을 타고 1984년으로 가 존 코너의 아버지가 될 인물. 기계군단은 카일을 살해하려 하고 존 코너와 마커스는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아일 비 백(I‘ll be back).”
터미네이터가 돌아왔다. 죽음에서의 부활이다. 3편 ‘라이즈 오브 더 머신’은 팬들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만큼 절망적이었다. 누가 봐도 터미네이터의 죽음이었다.
존 코너가 이끄는 인간 저항군과 스카이넷이 지휘하는 터미네이터 군단이 최후의 결전을 앞둔 2029년. 터미네이터 로봇 T-800이 1984년 과거로 보내진다. 임무는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죽여 저항군 리더의 씨앗을 아예 제거해버리는 것. 존 코너도 카일 리스를 보내 어머니 보호 임무를 맡긴다. 잘 알다시피 카일 리스는 사라 코너의 목숨을 구할 뿐 아니라 존 코너의 아버지가 된다.
터미네이터의 네 번째 귀환, ‘미래전쟁의 시작’은 2018년을 배경으로 존 코너가 저항군 리더가 되는 과정, 카일 리스와의 만남, T-800의 등장에 초점을 맞춘다.
문제는 3편과 같은 실망을 다시 안기는 게 아니냐는 점. 결론부터 말하면 2편 ‘심판의 날’에 버금할 만큼 완벽하진 않지만 시리즈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영화 초반, 인간 저항군과 기계 군단이 맞붙는 전쟁신은 물리적인 무게감이 느껴질 정도로 스펙터클하다. 특히 본격적으로 로봇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트랜스포머’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터미네이터, 전투기형 헌터킬러, 엄청난 스피드로 질주하는 오토바이 형태의 모토터미네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하베스터라는 인간 수집용 로봇이 20m가 넘는 육중한 몸을 이끌고 사막 위를 걸어 다니는 모습은 딱 ‘트랜스포머’다.
스토리도 ‘마커스’라는 사이보그를 등장시켜 동력을 얻는다. 기계와 인간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마커스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의심 없이 밀어붙이는 존 코너보다 더욱 인간적이다. 마커스 역을 맡은 배우는 샘 워딩턴. 호주 출신의 이 배우는 다듬어지지 않는 눈빛과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으로 스크린을 휘어잡는다.
볼거리에 치중하는 나머지 맥지 감독은 인간적인 스토리 구축엔 삐걱거린다. 팬이라면 존 코너와 카일 리스가 처음 마주치는 장면, 뒤틀린 시간의 뫼비우스 띠를 타고 마침내 상봉한 부자(父子)에게서 심장을 두드리는 감동을 기대할 거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은 보는 이의 심장을 기대만큼 두드리지 못한다. 맥지가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탓이다. 폭풍처럼 몰아치며 질주하는 액션을 조금 다스리고 인간의 이야기를 좀 더 쓰다듬었으면 좋았을 텐데.
맥지는 영화 곳곳에 터미네이터 시리즈 전작에 대한 오마주를 흩뿌려 놓았다. 존 코너는 스카이넷으로 침투하기 직전 아내에 말한다. “아일 비 백.” 그가 모토터미네이터와 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심판의 날’의 주제곡이었던 건스 앤드 로지스의 ‘유 쿳 비 마인(You Could Be Mine)’이 흘러나온다.
또 하나. 스카이넷에 침투한 존 코너는 마침내 완성된 T-800과 대결한다.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낸 젊은 시절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존 코너의 얼굴을 때리는 장면. 올드 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다./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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