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한호]군자(君子)의 길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도한호]군자(君子)의 길

[목요세평]도한호 침례신학대 총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5-21 20면
  • 도한호 목원대 총장도한호 목원대 총장
교회에 잘 출석 하는 기독교 신자들은 대게 목회자가 모든 것을 다 잘 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 신자들은 목사가 교육과 행정을 잘 하면 설교가 좀 부족해도 이해하며, 이와 마찬가지로 목사 역시 신자들이 출석을 잘하면 봉사를 좀 게을리 해도 잘하는 것을 감안해서 부족한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교회의 재정집사가 회계부정을 했다거나 목회자의 불의나 불륜이 발견되면 쉽게 용서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사람 됨됨 즉 인품의 결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도한호 침례신학대 총장
▲ 도한호 침례신학대 총장
비단 종교인들 뿐 아니라, 우리 국민들 역시 이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은, 장기집권을 위해 선거부정을 저지른 대통령에 대해서는 건국 공로자이며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실천한 위인으로 존경 하고 장기집권을 위해 무고한 피를 흘리고 반대자를 혹독하게 숙청한 독재자는 경제를 살린 대통령이라고 감싸주며 북한 정권에게 막대한 재정지원을 해서 결과적으로 그들이 핵무기를 개발해서 우리나라는 물론 온 세계를 위협할 빌미를 제공한 대통령은 남북화합과 평화를 추구한 정치인으로 이해하고 용납한다.

그런데 최근에 매스컴을 가득 메우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금전수수에 대한 보도와 기사는 우리 국민의 이해와 관용의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 그가 긴 머리로 국회 청문회에 나타나서 재벌들의 어설픈 변명을 추궁하며 정치 일선에 두각을 나타낼 때부터 그에 대한 국민들의 인상은 청렴하고 깨끗한 인물, 가난과 역경을 의지로 극복한 민권변호사, 그것이었다.

부동산 값이 배로 치솟고, 대통령의 측근 인물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사회의 지탄을 받고, 대통령이 몇몇 신문사들을 매국노나 악덕재벌처럼 공공연히 폄하하고, 아무 보장도 없이 북한 정권에 돈을 지원하는가 하면, 임기를 마치기 전후에 국민들과 후속 정부에 보인 경솔한 자세 등등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 대부분은, 지지와 반대를 초월하여, 그는 청렴결백하며 이 나라 정치와 선거에서 부정을 몰아낸 참신한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근래 매스컴의 보도와 노 전 대통령 자신의 사과성명으로 볼 때 대통령 일가가 청와대에서 받아서는 안 될 돈을 받고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때까지 그것을 은폐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대통령이 백만 불을 받았다느니 육백만 불을 받았다느니, 영부인이 돈 받는 것을 대통령이 알았느니 몰랐느니 하는 보도를 지겹게 보고 들을 때 국민은 허탈 하다 못해 분노가 치민다. 알았다 몰랐다는 말장난만은 이제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이 영수증도 없이 돈을 주고받는 그 자체가 이미 범죄이며, 노력하지 않은 이익을 탐하는 자는 이미 지도자의 자격을 상실한 이들일 것이다. 성경말씀에는 다 용서하고 회수에 상관없이 용서하라고 기록되어 있어 신자들은 텔레비전 앞에서 매일 죄를 범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 또한 적절하지 못해 보인다. 지난 5월 11일자 서울의 모 일간 신문에는, 검찰이 “겉으론 ‘전직 대통령 예우’ 속으론 ‘몰랐다는 진술’ 깨기”를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 되었다. 전직 대통령에게 직책에 상응하는 예우를 하면서 조사하는 검찰의 조사 방식에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일부 정치인들은 수사 기관이 일정한 혐의를 가지고 조사를 시작하면 그 때마다 정치보복을 외치면서 단식 농성을 하는 등 검경의 조사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회피하려고 한다. 광우병과 관련 보도로 조사를 받는 모 방송국 PD 수첩 당사자들이 조사에 임하는 태도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이 국민 앞에 진실을 보도했다면 검찰의 현장조사를 거부하거나 도피할 이유 없이 당당하게 나가서 조사 받을 일이며, 만약 그들이 사실을 왜곡 보도해서 선량한 촛불시위자들을 선동했다면 이는 언론의 기본윤리는 물론 국법을 어기고 국민을 우롱한 범죄행위가 될 것이다. 전직대통령이든 기업인이든 언론인이든 자신의 주장처럼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조사를 받을 것이며, 잘못이 있으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시인해서 국민을 좀 편하게 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군자(君子)의 길일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