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관]첨단의료복합단지의 입지와 성공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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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관]첨단의료복합단지의 입지와 성공요건

[시론]김영관 대전시 정무부시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5-21 21면
  • 김영관 대전시 정무부시장김영관 대전시 정무부시장
샌디에이고, 보스턴, 고베, 싱가포르 등은 세계적인 의료산업 혁신지역이다. 그런데 이들 클러스터는 일반적으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 김영관 대전시 정무부시장
▲ 김영관 대전시 정무부시장
바로 우수한 연구소와 대학이 존재하여 국가적인 연구개발 중심지로서 기능을 하고 있고, 잘 조성된 정주 여건을 바탕으로 쾌적한 연구환경을 지원해 주고 있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완벽히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건 구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형성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여 연구자 간 교류 프로그램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활발하여 새로운 연구성과 창출이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혁신클러스터의 대명사격인 실리콘밸리의 경우 밤마다 자주 열리는 소규모의 각종 커뮤니티 모임을 통해 현지에 빠르게 돌아가는 관련 신기술 개발동향과 정보, 경영지식을 신속히 입수, 교류할 수 있어서 이를 이용한 혁신기술 창출이 쉽다. 샌디에이고 바이오클러스터의 경우에도 커넥트(connect) 프로그램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하나의 클러스터가 혁신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단순히 관련 인프라를 집적시켜 주는 것만으로 불충분하고 집적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우수한 정보, 인력, 연구분위기 등 소프트웨어 파워를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즉 우수 인력유치와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느냐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소프트웨어적 여건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R&D도 생물과 같아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려면 먼저 길이 놓이고 그 길을 많은 사람이 오고 다녀서 주고받음이 활발해져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최단기간 내에 성공하려면 국내외적으로 연구자 간, 연구자와 기업 간, 연구자와 금융간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는 곳을 최우선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반적으로 국책사업이란 공공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하여 국가가 주도적으로 재원을 조달하여 시행하는 대규모 사업을 말한다. 보통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 되고 조성에 장기간이 걸리며 지역발전에 매우 큰 도움이 되므로 이해관계 다수가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그러므로 입지를 선정하는 데에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입지결정에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따라서 심판자인 정부도 국책사업은 흔히 절차적 합리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그 입지를 결정하게 된다. 정부가 일정한 요건을 정하여 공모하게 되면 해당 지역은 응모하고 정부가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최적의 지역을 결정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합리적인 절차를 밟아서 최선의 대안을 결정하는 구조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절차적 합리성이 성공가능성을 평가해주는 실체적 합리성까지 보장해 주느냐 하는 것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R&D 중심의 혁신클러스터가 조기에 성공하려면 인프라 등 하드웨어적 완비에 더하여 활발한 연구교류 등 소프트웨어의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국책사업 선정기준에는 이러한 요건을 평가해주는 지표가 없다. 오히려 지자체의 지원 정도를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여 지자체의 재정여건 정도에 따라 불공정한 판단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어 있는 형편이다.

국가 간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현실 속에서 선진국을 추격하고 후발국을 따돌려야만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입지를 새로이 조성하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다 갖추도록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발상이다. 충분한 성과를 조기에 낼 수 있는 지역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우수인력을 활용할 줄 아는 소프트웨어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첨복단지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국가사업이다. 모든 지자체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마냥 무조건 내 것으로 삼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을 생각해서는 성공할 수 있는 조건과 여건이 마련된 곳에 있어야 한다. 수 천억, 수 조 원의 혈세를 쏟아 붇고 난 이후에 선정결과를 아쉬워한다면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역사적 심판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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