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효 대전광역시장 |
어디 그뿐인가? 60∼70년대 간호사와 광부를 독일로 송출해야 했고, 6.25 동란 이후 전쟁고아와 혼혈, 그리고 1960년대 미혼모 문제 해결을 위해 입양특례법을 만들어 20만 명 이상을 해외로 내보냈다. 그들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종종 고국을 찾는다.
현재 재외동포는 세계 150여개 국에 700여만 명이 한국 밖의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세계한상대회를 개최하여 국가와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물론, 올림픽과 월드컵, IMF나 태안 사고와 같이 어려울 때마다 큰 힘이 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들과 모국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2007년에 ‘세계 한인의 날”을 만든데 이어 지난해에는 외국인도 우리와 같이 더불어 사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을 제정하고 제1회 ‘세계인의 날’을 개최했다.
2007년 국내 총 결혼자의 9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이며, 현재 120만 여명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살고, 우리 대전에도 1만 4000여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학업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서, 또 배우자를 따라 한국에 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적과 혈통, 국민 정체성 등 어느 하나만 결여돼도 그들을 받아들이기를 주저하는 인색함이 있다.
포용하고 공존하는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위해서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의식의 선행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다르다’는 것은 단지 ‘같지 않다’는 사실판단적 요소만이 존재할 뿐 ‘맞다, 틀리다’의 가치판단적 요소를 내포하지는 않는다.
예컨데 다수의 문화들을 우리 문화 속에 완전히 녹여 본래 모습은 온데 간데없이 녹여버리는 용광로(Melting Pot)가 아니라, 다양한 과일과 야채들이 섞여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샐러드 볼(Salad Bowl)이면 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다름을 인정하기 보다는 우리방식을 강요하고 태도를 변화시키려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사회는 서로 다른 가치들이 용인될 수 있을 때 비로소 발전한다. 상생의 줄기가 바로선 다음에야 법적인 인정과 제도, 정책적 뒷받침도 효능을 발휘할 수 있고 그런 다음에야 다문화사회가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단일민족이라고 자부하지만 우리나라 280여 개의 姓氏중 절반 가까이가 귀화 성씨이고, 조선시대 표류해온 네덜란드인 박연이 1남 1녀를 낳고 살았다는 기록처럼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민족과 함께 공존하며 살았다.
국경이라는 테두리가 무의미 해진 오늘날, 화합하되 동화되지 않는다는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세계라는 글로벌(global) 및 대한민국라는 로컬(local)을 조화시킨 글로컬리즘(Glocalism)이야말로 진정한 상생의 법칙이라 할 것이다.
20일은 두 번째 맞는 ‘세계인의 날’이다. 우리 시에서는 오는 24일, 시청 잔디광장에서 세계 의상 패션쇼를 비롯해서 한국과 외국 가요경연 대회 등 기념식을 개최하고, 세계음식ㆍ민속놀이ㆍ문화체험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한국인과 외국인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과 사람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인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
무지개는 하나의 색깔이 아니라 일곱 빛깔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마찬가지로 외국인도 ‘그들’이 아니라 ‘우리’일 때 비로소 하나의 가족으로 다시 태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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