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망청, 시끄러운 대학축제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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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시끄러운 대학축제는 가라”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5-20 6면
  • 강순욱 기자강순욱 기자
19일 오후 1시30분 충남대학교 교정. 교문에서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주 진입로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을 듣기 위한 학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축제라고 해서 볼거리가 있을까 두리번거렸지만 얼핏 봐서는 축제인지도 모를 정도다.

주 진입로 양쪽 곳곳에 내걸린 각종 행사 홍보 플래카드와 운동장에서 진행되는 체육대회, 잔디밭 주변 소규모 행사들을 본 뒤에야 ‘아~축제기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 진입도로 끝에 있는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또 다시 ‘축제기간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행사를 뒤로한 채 책과 씨름하는 학생들로 북적였기 때문이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들떠있던 10여 년 전 대학들의 축제문화와는 딴 판이다.>

지역 대학들이 축제 시즌에 들어간 가운데 대학축제문화에 변화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축제기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단순한 놀이문화는 의미를 담은 문화행사로 바뀌었으며,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노는 모습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유래없는 취업대란은 도서관을 ‘축제와 상관없는 곳’으로 만들고 말았다.

▲질서준수=대학 축제에 단골로 등장했던 속칭 ‘야바위’는 이제 찾아보기도 힘들다. 몇 년 전만 해도 푼돈벌이를 하려는 일부 학생들이나 혹은 외부 장사꾼들이 온갖 놀이문화로 지나는 학생들을 유혹했지만, 이제는 이들이 발붙일 분위기가 아니다.

조잡한 홍보전단도, 막가파식 플래카드도, 장소불문 술자리도 이제는 지난 축제문화 얘기다. 대신 청결과 질서가 대학 축제문화의 한 축이되고 있다.

▲의미담은 행사 풍성=이번 주 축제를 갖는 대학들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나름 의미를 담은 행사들이 많다. 단순한 ‘놀이’를 위한 행사 대신 ‘즐거움’도 주고 ‘보람’도 주는 실속 있는 행사들이 눈에 띤다.

18일부터 축제를 시작한 충남대의 경우 마라톤 대회와 간호학과 건강검진, 도서관 퀴즈, 도예체험, 마니또 찾기, 핸드프린팅, 요리왕 선발대회 등의 행사를 갖는다.

19일부터 21일까지 대동제를 갖는 목원대는 축제기간 동안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와 함께하는 ‘2009 캠퍼스 나눔 도전’ 모금활동을 벌인다.

개교 55주년을 맞은 침례신학대는 축제기간인 20일 대전지역 장애인 및 비장애인 3000여명과 함께하는 ‘제7회 with 마라톤대회’를 학교와 노은동 일대에서 갖는다.

▲취업대란에 도서관도 북적=장기적인 취업대란으로 도서관은 축제기간임에도 북새통이다. 충남대의 경우 축제 이틀째인 19일 오후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열람실에는 취업준비를 위한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전자정보실 등 일부 열람실에서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도서관에서 만난 정의정(전자과 4학년) 학생은 “축제에 좋은 행사도 많고 다채롭다는 느낌이지만 취업에 대한 걱정과 불안, 그리고 자격증 취득에 대한 부담 때문에 도서관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며 “4일 중 하루 정도는 주막에서 친구들과 한잔 할까 생각 중이지만 그마저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학생(3학년)은 “축제기간 내내 마음먹고 노는 친구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더 많다”며 “축제라고 해서 놀기만 한다면 결국 뒤떨어질 수 밖에 없는 세상”이라고 말했다./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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