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측과 정부·대한통운 측은 공통으로 “자신들은 할 만큼 했다”는 식이다.
결국, 물류대란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시민들을 볼모로 한 양측의 팽팽한 대립은 의무 없는 양측의 권리만 남아 팽팽하게 날만 겨누는 꼴이다.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양쪽의 입장을 양쪽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왜 거리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나?
19일 고(故) 박종태 광주지부 지회장 대책위원회가 마련된 대덕구 법동 대전중앙병원에서 택배근무자로 일했던 노조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화물노동자 김시진(55·가명)씨는 적어도 하루에 12시간을 택배 운송으로 일했다. 일주일에 일요일만 쉬며 하루 12시간의 노동으로 한 달간 김씨에게 돌아온 돈은 320여만원.
하지만, 김씨의 순수입은 150만원이 채 안 된다. 기름 값, 차량유지비, 휴대전화 통화료(대부분 고객에게 통화)에 벌과금을 합쳐 100만원이 넘기 때문이다.
몇 달 전엔 고객이 편의점에 택배 물품을 맡겨달라고 해 그렇게 했지만, 편의점에서 택배물품은 분실됐고, 그 피해액은 고스란히 김씨에게 떨어졌다.
사고를 당해 며칠간 앓아 병원에 누워 있었을 땐 기억조차 하기 싫다.
병원비를 손수 내야 함은 물론 회사 측에서 자신이 보낼 물품을 퀵서비스(건당 3000원)로 보냈다고 자신에게 200만원에 가까운 벌과금을 물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노조원이 힘든 상황이라 회사에 몇 달 전 30원(건당) 인상을 요구했고, 회사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후 회사의 수용불가 방침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것도 모자라 30원 인상분으로 지역 지사가 한 달에 감수할 800만원 중 600만원을 회사 측이 갖고 나머지 200만원만 4대 보험이 안 되는 택배운송자들을 위한 상여금, 복지비로 써달라는 건의도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왜 강경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나?
정부와 대한통운 측은 택배운송자 등은 사업자 대 사업자라는 면과 이들을 위한 혜택을 이미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에 숨진 박 지회장 등 택배운송자들은 회사와 계약한 택배 차주가 아닌 화물연대 소속 회원이면서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회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안정화 대책 목적으로 유가보조금과 고속도로 통행료 심야 할인을 확대·연장하는 등 이들을 위해 시행할 6개 사항을 모두 계획대로 추진 중이라 이들에 대한 혜택도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화물연대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통운 측도 고 박 지회장이 일한 대한통운 광주지사의 택배배달 수수료(920)가 광주 지역 타 업체(720)나 대한통운 타지사(830~870원) 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라 광주지사에서 일한 택배 운송자들이 집회 등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나 대한통운 측은 이번 화물연대 사태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불법 집단행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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