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식]함께 풀어야 할 사교육 문제

[기고]최동식 천안중앙고등학교 교장

GDP가 2만달러 아래로 주저앉을 만큼 경제침체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한다고 들린다. 한국교육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입제도와 사교육비의 문제라고 말한다. 이 두가지 난제는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어서 대학입시 방법만 제대로 개선하면 사교육 문제도 저절로 풀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 최동식 천안중앙고등학교 교장

대입제도가 중앙행정기관의 과도한 통제와 감독으로 자율성을 잃고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마저 왜곡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대학입시를 교육부 대신 대학당국이 주관하도록 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입시와 사교육의 문제를 인과의 관계로 단순화시키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사교육의 기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교육적인 의미도 인정하면서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사교육업계가 청소년 교육의 역할을 분담하고 각자가 맡은 소임에 정직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학원이나 교습소의 출발은 예체능 등 학생들의 특별한 재능을 키워줄 필요성에 있었을 것이다. 예술과 기능 등 매우 특별해 보이는 소질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일은 학교가 전적으로 책임 있게 지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보충학습 기회를 줄 필요성도 큰 게 사실이다. 지금도 이 분야는 대단히 큰 규모의 사교육 사업으로 활성화 되어 있는 줄로 안다. 일류대학 입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소위 심화학습 기회를 줄 요량으로 입시학원이 생겼는데 문제의 초점이 된 사교육은 바로 이 분야일 것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원의 수업이 효과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불안해서 학원에 집착하는 것 같다. 남들이 다 하고 있으니까 남들한테 뒤지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학원에 매달리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조급하고 불안한 생각에 매달리지 말고 학생들 스스로 공부하도록 관심을 갖되 자율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학교도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진학준비를 포함한 모든 수업을 책임있게 내실을 기하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학교교육을 불신하고 학원에서 만족을 얻으려고 한다면 교육자로서의 자존심이 매우 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학원들도 사교육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살릴 수 있도록 신중한 판단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 학생들의 경쟁심리를 이용하여 선행학습을 시도함으로써 교실수업을 맥빠지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밤늦게까지 학생들을 불러들여 심야학습을 하는 일은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러하거니와 학교수업을 나태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자녀든 학생이든 청소년이든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여일할 수 있을 때 사교육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교육에 종사하는 교육자들의 책임있는 학습지도이지만 부모와 사교육 종사자들 모두가 인간주의적이고 진정 애정어린 눈으로 성장세대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들의 학교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어려운 교육현실을 직시하고 정확한 역할인식을 하는 동시에 양심선언을 하는 심정으로 이 과제를 풀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원교습을 10시까지로 제한하는 조치는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절박성을 말해주고 있지만 그러한 조치만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