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살지말라" 가슴 뜨끔해지는 인생 선배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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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살지말라" 가슴 뜨끔해지는 인생 선배의 조언

■화제의 책 : 고민하는 힘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5-20 12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경제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난해 이후, 고용 불안과 취약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사람들은 생존경쟁으로 내몰리고 있고, 그로 인한 고민과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점가에는 더 극심해진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술을 강조하거나, 감성을 자극해 심리적 위안을 주는 데 치중하는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탈출구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메시지가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나온 책이 바로 <고민하는 힘>이다. 이 책은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고, 고민의 힘이 살아가는 힘이라고 말한다. 일본 독자들은 진지하고 치열한 고민이야말로 이 어려운 시대를 잘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이 책의 메시지에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경제적·사회적 시스템이 일본보다 훨씬 열악하고, 진지한 성찰보다는 속도전에 휩쓸리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이 책은 진정 고민하는 삶의 가치를 우리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 책의 저자 강상중씨는 1950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교포 1세이다. 일본 이름을 쓰며 일본 학교를 다녔던 그는 차별을 겪으면서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와세다 대학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고, “나는 해방되었다”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로이 인식하게 된다. 이후 일본 이름 ‘나가노 데츠오’를 버리고 본명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 사회의 문제와 재일 한국인이 겪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한다.

재일 한국인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아 대학원에서 유예기간을 갖던 중 은사의 권고로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다. 독일에서 그는 베버와 푸코, 사이드를 통해 ‘재일(在日)’이라는 자기규정과 문제의식이 근대화와 서구중심주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컨텍스트로 이해되고 확장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1998년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로는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일본 근대화 과정과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일본 지식인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姜尙中) 교수가 지난해 5월 일본에서 펴낸 『고민하는 힘(惱む力)』은 출간된 지 1년도 안 돼 100만여 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장년층 독자는 물론이고 20대 대학생들도 이 책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마이니치 신문」, 「아사히 신문」 등의 일간지를 비롯해, 시사 · 경제 · 일간지, 주간지, 여성지, 패션잡지에 이르기까지 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실용서가 아닌 책으로는 보기 드문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엄밀하고 탄탄한 학문적 작업과 사회적인 발언으로 일본 사회과학계와 언론에서 큰 주목을 받는 비판적 지식인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책은 그가 예리한 학자로서가 아니라 인생의 선배이자 조언자로서 삶에 대해 이야기한 최초의 책이다.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실마리 삼아 고민하는 삶의 방법을 말한다. 100년 전 근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될 무렵 활동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고민하는 힘’을 발휘해서 근대라는 시대가 낳은 문제와 마주했다. 저자는 그들이 살았던 제국주의 시대와 오늘날의 세계화 시대를 비교하면서, 급격한 외부적 변화가 개인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그 결과 개인은 점차 소외되고 고립되어간다는 점에서 두 시대가 유사하다고 말한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고민했던 이 두 사람에게서 자아와 자유, 일, 사랑, 돈 등 삶의 다양한 국면이 지닌 의미를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보자.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라는 대목에서 가끔 ‘로또에 30억 정도 당첨되면 일 그만두고 놀면서 살거야.’라고 말을 들을 때가 있는데 만약 돈이 있다면 사람들을 과연 일을 그만둘 수 있을까?

상당한 자산을 가진 사람의 아들이 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평생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유산이 생겼다. 덕분에 그는 마흔 살이 넘도록 일이 아닌 학문 연구를 하며 살았다. 누구나 부러워할 사람이지만 그 당사자는 항상 콤플렉스에 시달렸는데 그 콤플렉스의 정체는 ‘스스로 제 구실을 못한다’는 생각이었다. 재산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상 이상으로 사람의 마음에 중압감을 주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아이를 가진 전업주부가 ‘누구의 엄마’, ‘누구의 부인’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자기가 자기로 살아가기 위해’일을 하는 것이며 ‘자기가 사회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좋다’는 실감을 얻기 위해서는 역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결론을 내리고 있다.

우리 삶에 고민을 불러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세계화를 들고 있다. 세계화는 개인에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정한 삶의 방식을 가져야만 한다고 강요하는데, 이 변화의 흐름에서 정작 개인들은 과거보다 행복한 삶을 누리기보다는 소외와 고립,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야기하는 고민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또는 이 고민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아홉 가지 질문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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