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에 문광부는 ‘문화와 예술을 통한 재래시장활성화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수원 뭇골 시장과 강릉 주문진 시장을 선정,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관점에서 재래시장에 접근하고자 했는데 바로 지금 광주 역시 작가들이 재래시장에 모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잘 갖춰진 전시공간도 아닌 그 곳에서, 더욱이 시장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는 재래시장에서 예술가들은 어떤 일들을 벌이고자하는 것인지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스스로 현실에서 요구하는 예술의 의미를 느끼게 하고자 멀다고 하면 먼 광주까지 내려갔었던 것이다.
시장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비릿한 냄새와 즐비하게 들어 선 점포들 사이사이에 쌀집, 건어물, 옷 가게 등이 보이는 동시에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들도 함께 눈에 들어왔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있었고, 철수세미로 앙증맞은 양을 만들어 좌판에 올려놓고 싱글벙글거리는 금속공예가도 있었다. 세상에 없는 고양이 뿔을 만들고 있는 작가도 있었고 시장점포에서 아이들에게 공부방과 놀이터를 제공하는 작가도 있었다. 이런저런 입주 작가들의 별나고 다양한 재미를 제대로 다 돌아보려면 적어도 40여 점포를 돌아다녀야 한다. 한때는 300여개가 넘는 점포들이 그 화려함을 자랑했던 대인시장의 위풍도 시대적인 경제 환경의 변화에 의해 빈 점포가 늘어남에 따라 급기야 시장의 기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있었을 즈음, 그 빈 곳을 예술가들이 채우고자 나섰던 것이다.
시장이 가진 장소성은 다양한 물건을 사고파는 직거래가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고 선택이 가능한 공간에서 작가들은 갈등과 의사소통의 불협화음을 예술로서 해소하고자 하는 희망을 품고 이를 실천하고 있었다. 어디 그 뿐이랴! 시장의 통로에 개별적으로 벌인 벼룩시장 좌판에서도 생활예술의 꽃은 활짝 피어날 만큼 참여자들의 자발성은 풍성했다. 한 예를 들자면, 일종의 북 카페인 ‘미나리 상회’는 겨우 다섯 평 남짓 되는 공간이었지만 시장 원주민들인 상인들에 관한 정보와 그곳에 모여든 작가들에 관한 정보를 모두 제공받을 수 있는 일종의 아카이브였다. 대인시장의 홍보역할도 하면서 ‘미나리상회’ 앞에는 대인시장의 역사와 현재를 담은 사진들과 이미지가 전시 중이었고 작가와 상인들을 담은 사진전도 함께 하고 있는 열린 사랑방이었다.
이처럼 대인시장에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광주비엔날레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내 빈 점포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복덕방프로젝트’를 마련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때 참여한 작가들 일부는 비엔날레가 끝난 뒤 아예 점포를 임대해 눌러앉게 된 것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작가들의 적극적인 자발성에 힘입은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의 힘은 단지 예술을 통해 재래시장의 경제적 부활만을 꾀하고자 함은 아니다. 또 역으로 기존의 시장주민들을 예술가들로 대치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어느 시장이나 자연스런 형성과정을 돌이켜 볼 때, 시장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와는 다른 고유한 지역적 전통과 역사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여전히 우리에게 풍부한 문화적 삶의 현장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생활세계의 진한 아름다움이 매순간 살아 움직이는 가운데 사람과 한 시대를 풍미하는 상품이 어울려 있는 곳인 것이다. 여기에 예술가들의 눈과 손이 그리고 작품이 결합될 때, 시장은 단지 상품을 팔고 사는 곳이 아니라 미(美)가 흘러 다니는 새로운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광주의 대인시장 못지않게 풍부한 역사와 사람 사는 질박한 냄새가 풍겨 나오는 중앙시장에서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시장미술제가 열렸었다. 그 성과의 의미를 누구나 높이 사는 만큼, 우리 지역에서도 상시적인 예술가들의 참여로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재래시장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한시적인 예술효과에 기대기보다는, 일상이 예술이기를,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는 예술과 생활의 만남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기를 즉 우리에게도 매미(賣美)시장이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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