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자살을 결심하고 한강에 뛰어든 남자 김씨. 깨어나 보니 사람 없는 밤섬이다. 오리 배를 집 삼고 먹을 것을 구해 그럭저럭 생존해 나간다. 3년 동안 집밖을 나가본 적 없이 인터넷으로 세상과 소통해온 여자 김씨. 유일한 취미인 사진 촬영을 하다가 밤섬에서 움직이는 이상한 존재를 발견한다. 여자 김씨는 병 속에 편지를 넣어 보내는데.
나무에 목을 매 죽으려는 데 순간 설사가 엄습하고, 엉덩이를 드러낸 채 어기적어기적 오리걸음으로 가서는 샐비어 꽃의 꿀을 빨아 먹다 울컥 울음을 터뜨린다. 폭소. 하지만 짠하다.
‘김씨 표류기’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영화다.
자살을 시도한 남자가 표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시작한 영화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페이소스 상황을 만들기까지 꼼꼼한 묘사를 겹겹이 쌓아간다. 치밀하다. 복잡다단한 속내를 가진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가 그럴듯한 방식으로 소통해가는 과정도 꽤 설득력이 있다. 근래 시나리오에서 보기 드문 솜씨다.
현실에서 일어날지 모를 상황,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유쾌한 아이디어가 한데 어우러져 시종 폭소를 자아내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장면 2: 모래사장에서 버려진 자장라면 스프를 주운 ‘남자 김씨’. 무의미했던 그의 삶에 목표가 생긴다. 바로 자장면을 만들어 먹는 것.
새똥에서 찾아낸 씨앗으로 밭을 일구고 수확한 옥수수로 자장면 면발을 만든 그는 외친다.
“자장면은 나의 희망이야!”
회사선 잘리고 여자친구는 떠나고, 빚 독촉에 시달리는 ‘남자 김씨’. 3년 째 집밖에 나가본 적 없는 인터넷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여자 김씨’.
세상의 논리로 보면 마이너일 뿐인 두 외톨이를 영화는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는다. 이들은 세상에 재빠르게 적응하진 못하지만, 절망에 쉽게 무너지지도 않는다. 상황은 절박하지만 그 상황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은 ‘찌질’하지 않다.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 이해준 감독은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기쁨을 소중히 여기는 두 김 씨를 따뜻하게 감싸 안고 어깨를 다독인다.
웃음의 중심엔 정재영이 있다. 그의 능청스럽고도 탁월한 원맨쇼 덕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정려원의 감성 연기가 더해져 가슴 따뜻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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