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입대 전 영천에 있는 초등학교의 교사였다. 나의 첫 제자들은 한창 사춘기인 6학년 아이들이었다. 반항기 많고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과의 생활은 모든 것이 서툰 새내기 교사에겐 너무나 벅찬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30명이 넘는 아이들과 하루 종일 옥신각신 하다보면 그날 저녁은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그런 제자들과의 시간이 끝나고 이듬해 봄 나는 입대를 했다. 입대 후 처음 맞던 스승의 날! 나는 그날 받은 편지를 잊을 수가 없다. 하루 종일 걷고, 뛰는 강한 육군이 되기 위한 힘들고 고된 훈련의 반복도 그날 받은 편지 몇 통에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제자들의 편지는 다시금 나를 일으켜주는 큰 힘이 되었다.
그렇게 훈련병 생활이 끝나고 후반기 교육 후 나는 육군훈련소로 전입을 왔다. 자대에 온 후 나의 일상은 그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일과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1년 정도를 생활하면서 가끔 “이렇게 생활하다 다시 복직을 하게 되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들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지역 중학교에서 방과 후 공부방 운영을 위한 군인 교사를 뽑는 다는 내용의 소식이었다. 이를 통해 입대 전 나의 적성을 잘 살릴 수 있겠다는 좋은 생각도 들었고, 남은 1년의 군복무생활을 보다 더 보람되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항상 고민하던 전역 후 적응 문제에 대해서도 한시름 놓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행정보급관님과 인사장교님의 추천과 지원으로 훈련소를 대표하는 군인선생님이 되었다.
전역하기 전까지는 서지 못할 것 같았던 교단에 선 첫 날, 2년 전 내가 처음 초등학교 교단에서의 느낌이 다시 재현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방도 벌써 3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처음엔 서먹서먹해서 말도 별로 하지 않던 아이들과도 이젠 제법 친해져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질문거리, 고민거리도 서슴없이 말하는 사이가 되었고 얼마전 부터는 나를 “우리 선생님” 이라고 부른다. 평범했던 내 군 생활도 하루하루 지내면서 더욱 보람되게 느껴지고 있다.
나는 지금도 힘들고 지치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면 당시 제자들의 편지를 다시 꺼내어 읽어보곤 한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진심을 담은 아이들의 ‘선생님, 힘내세요.’, ‘선생님, 전역하시고 꼭 만나요.’라는 편지는, 정말 나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2009년 올해도 어김없이 5월 15일이 다가오고 있다. 항상 이즈음에는 내가 가장 존경하고 오늘날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택하고 나를 있게 해준 고등학교 은사님을 찾아뵈었었다. 비록 지금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어 올해는 찾아뵙지 못하지만, 꼭 전화 한 통, 편지 한 통이라도 써야겠다. 또 나에게 많은 힘과 용기를 주고 삶에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영천과 논산의 나의 제자들에게도 감사의 편지 한 통씩 써야겠다. 너희들 덕분에 선생님도 몸 건강하게 열심히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그리고 “제자들아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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