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보문산 그린랜드의 놀이시설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
중구문화원에서 1997년 발행한 ‘마을의 유래와 전통의 숨결’에 따르면 보문산은 1917년 일본인 스지라는 인물에 의해 처음 개발된 것으로 나온다. 그는 공원으로 개발하고 ‘스지공원’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 보문산 공원의 출발로 알려졌다. 이후 대전에 철도가 부설되고 대전역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면서 접근성이 좋은 보문산은 대전의 주산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보문산이 언제나 각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선비 송준길 선생은 보문산의 능선 모양이 젊은 여인이 나체로 누워있는 형상이라 여겨 이곳을 지날 때 산을 바라보지 않았다고 한다.
보문산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먼저 ‘한밭의 얼’에는 어떤 물건이든 담기만 하면 그 양의 두 배를 만든다는 접시가 묻혀 있어 보물이 숨겨 있다고 해 보물산(寶物山)으로 불리다가 지금은 보문산으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고 기록해 놓고 있다.
또 ‘대전시사’에도 앞서 비슷한 의미로 뭐든지 속에 담기만 하면 양을 두 배로 늘어나게 한다는 주머니가 묻혀 보물산으로 불리던 게 현재의 보문산으로 바뀌었다고 전하고 있다.
▲도시자연공원으로 발전=보문산이 자연공원으로 개발된 것은 1960년 이후부터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주말이면 당시에도 많은 시민이 찾았던 보문산에는 1960년 박용래 시비가, 1963년엔 시민헌장탑이 만들어졌다.
대전시가 시민들의 문화적 여가선용을 위한 시설과 정서생활을 위해 당시 유일한 종합공원이던 보문산 공원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로 계획을 세운 것은 1962년. 하지만 실제 종합공원 조성공사에 들어간 것은 1965년으로 먼저 종합공원의 기본시설인 도로확충과 가로등을 설치했다. 이후 1966년에는 523㎡의 무대와 관람석이 설치된 야외음악당이 들어서면서 보문산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게 된다. 1971년 대전시정백서를 보면 당시 보문산 야외음악당은 해마다 예술문화단체에서 각종 예술문화 행사를 성황리에 펼쳤으며 소외됐던 지역문화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전하고 있다. 또 1965년에 만들어진 전망대는 당시에는 감시대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대전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지금 모습의 전망대는 1995년 개축한 건물이다.
보문산이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1965년 10월 23일로 가양근린공원과 함께였다. 이후 자연공원을 위한 초목을 식수하고 전광탑과 공원 입구에 아치형 시설물도 설치했다. 전국에서도 몇 개 찾아볼 수 없던 케이블카가 대전 보문산에 들어선 것은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되고 몇 해 지나지 않은 1968년이었다. 당시 보문산을 찾던 이가 많았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또 1972년에는 보문산공원 확충을 위한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보문산공원 확충에 나선다. 먼저 보문산을 대사동·호동·사정동·배나무골 등 4개 지구로 나눠 지구의 특성에 맞게 개발계획을 세운다. 집단시설 지구인 대사동 지구에는 진입로 5개선 13.5㎞를 확장하고 효동지구는 유원지로 개발해 숙박시설과 집단시설 집적지로 개발한다. 또 사정동 지구에는 동물원, 식물원,운동시설을 갖춘다. 배나무골 지구는 어린이놀이터와 구름다리 등을 시설할 계획이 담겨 있었다. 이들 계획이 모두 실현되는 데는 최근까지 이어졌다.
▲ 1990년대 주말 보문산 공원을 찾은 인파. |
이곳에는 수영장과 놀이시설이 갖춰진 ‘그린랜드’가 있었다. 1988년 올림픽과 때를 같이해 개장한 그린랜드는 대규모 수영장(639㎡)과 바이킹 등을 갖춘 종합레저시설이었다. 그린랜드는 대전의 첫 ‘종합유원시설’로 대전시등록 제1호를 장식했다.
이후 1994년 롤러스케이트장까지 만들어지면서 보문산은 대전에서 다양한 문화시설을 한 곳에 갖춘 놀이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원관리사업소에 보관된 건축물 등록대장에 의하면 당시 보문산 자연공원에 등록된 매점만 11곳에 달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학교 소풍이나 주말에 도시락을 싸들고 찾았던 기억이 얼마 전까지 있었다.
하지만, 1990년 후반 둔산동 개발과 함께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휴식처인 보문산의 인기는 시들해진다. 이미 대전의 중심은 둔산으로 넘어간 상태였고 보문산에 있는 휴양시설에는 자동차시대를 맞이할 주차시설 등은 준비돼 있지 않았다. 결국, 케이블카는 2005년 뜯겨 나갔고 비슷한 시기에 그린랜드도 영업을 중단했다. 현재는 케이블카 자리에 간이 포장마차만 들어서 있고 그린랜드도 2008년 1월 영업부진을 사유로 자진폐업을 하고 놀이시설은 방치된 상태다.
▲ 2000년대 초 보문산 대사지구 공원내 수영장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 |
먼저 사정공원은 이미 조성된 축구장과, 인라인스케이트장, 배구장, 황톳길 발 마사지 실에다 전국에 몇 안 되는 시각장애인 산책로를 만들어 장애인들도 안전하게 등산할 수 있게 했다. 이곳에 인공암벽장이나 번지점프장 등을 만들어 가족 스포츠 공간으로 중점 육성할 계획이다.
또 사정동 식물원은 80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어 자연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행평근린공원은 대전동물원에다 최근 플라워랜드까지 개장하면서 대전판 에버랜드격인 ‘오월드’가 탄생, 가장 각광받는 지역으로 떠올랐다. 2005년 동물원 개장 이후 매년 110만 명 수준의 입장객을 유치하고 있고 아프리카 사파리와 조각공원, 산림욕장 등 특성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최근 개장한 플라워랜드는 꽃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로 동물원과 통합 운영되면서 대전의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제2의 도약맞는 보문산공원=대전동물원과 플라워랜드가 입지한 보문산은 인접한 뿌리공원과 신채호선생 생가 등과 연계해 보문산권 관광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지자체가 대사지구의 부활에 노력하고 있어 보문산은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제 2의 도약을 맞고 있다. 대전시와 중구청은 현재 문을 걸어잠근 그린랜드를 자연공원으로 복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산림자원으로 복원해 생활체육시설 및 습지와 산책로를 만들어 자연과 시민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대전유치가 확정된 대형수족관인 ‘아쿠아월드’의 후보지로도 검토되고 있다.
백제시대 말 신라와 치열한 전투에 대비해 축조한 것으로 알려진 보문산성은 역사공원으로 계획돼 삼국시대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질 계획이어서 보문산은 앞으로도 자연과 어우러진 시민들의 쉼터로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