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경]아카시아에서 얻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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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경]아카시아에서 얻는 교훈

[수요광장]김용경 건양대 기업정보관리학과 교수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5-13 21면
  • 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5월의 아카시아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다. 우리나라 산야에 자라고 있는 ‘아카시아’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까시나무’에 이름이 잘 못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원래 ‘아카시아’는 호주가 원산지인데 현재는 호주와 아프리카 등 열대지방에서 많이 자라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는 국내에서 자라고 있는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라고 부르고 있으니, 이제는 쉽사리 그 본명을 되찾아 주기도 어렵게 되고 말았다.

▲ 김용경 건양대 기업정보관리학과 교수
▲ 김용경 건양대 기업정보관리학과 교수
아카시아는 콩과에 속하는 식물로 뿌리혹을 가지고 있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아주 번식력이 강한 교목(喬木)이다. 1890년대에 국내에 처음 들어온 아카시아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헐벗은 산야를 감싸기 위해 많이 식재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조상의 산소를 중히 여기고 소나무를 보호하는 풍습을 지켜온 관계로, 산에 조림의 필요성이 적어진 요즘엔 아카시아의 진정한 가치가 무시당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외래종이라고 배척하고, 목재로 값어치가 없다고 외면하며, 가시가 있다고 멀리하고, 심지어 번식력이 너무 강해 산을 망친다고 증오하기까지 한다. 그러니 이제 아카시아는 아무 쓸모없는 나무로 취급되어, 자라기만하면 밑동을 베어버리거나 그도 부족해 베어 낸 자리에 약을 발라 무자비하게 고사시키기까지 한다. 그러나 평소엔 이렇게 이름까지 빼앗긴 채 천덕꾸러기처럼 구박만 당하던 아카시아도, 때가되면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5월 초·중순, 땅거미가 질 무렵 꽃이 핀 아카시아 숲속을 걸어보자. 은은하게 온몸을 감싸 흐르는 향기는 방금 세수를 하고 나타난 첫사랑의 향내처럼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이 때가되면 아카시아는 설탕보다 달콤하고 아이스크림보다도 부드러운 꿀을 곤충과 인간에게 마음껏 나누어 준다. 어디 그뿐이랴, 아카시아 꽃은 약용으로는 물론, 들에서 놀다 지친 아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간식으로도 훌륭하게 이용된다. 그리고 가지런히 돋아있는 나무 잎은 가축의 사료로, 심지어는 들에 나온 연인들의 가위바위 놀잇감으로도 요긴하게 사용된다.

세상에 태어난 수만 가지 생명들 중 어느 것 하나 그 존재 이유나 가치가 없는 것이 있겠는가? 하물며 이런 아카시아를 한낱 쓸모없는 천덕꾸러기 나무로 취급하는 것은,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우리들의 잘못된 심성과 지나친 욕심의 발로(發露)라고나 할까? 사람도 아카시아를 닮은 사람이 많이 있다. 지금은 열악한 환경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소외되고 무시당하며 살고 있을지라도, 언젠가 때가되면 훌륭하게 능력을 발휘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

공부는 안하며 말썽만 피운다고 구박받는 청소년이 그렇고, 낯 설은 문화 속에 편견과 차별을 겪어가며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도 그 예다. 잠재된 능력을 찾아내 그 것을 키워주고, 그들이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제 몫을 다 할 때까지 보살피고 기다려 주는 것이 참된 교육이자 우리의 성숙된 자세가 아닐까? 평소엔 온갖 멸시와 학대 속에서 살다가도, 언젠가 때가되면 훌륭하게 제 가치를 다하는 아카시아를 보며 나는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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