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율정 대전지방보훈청장 |
최근에는 가장 취약계층을 이용하여 일선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수억대, 십여 억을 횡령한 후안무치한 사건도 있었다. 부정부패에 위, 아래가 따로 없다는 반증이다. 고위공직자 가운데는 부모 장례 등을 기화로 부조금 명목으로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을 벌어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종의 ‘죽음 장사’를 하고 있으니 선진국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에서 무슨 청렴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평소에 보훈의 연장선상에서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경칭과 함께 예우를 하는 공직자로서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4월의 마지막 날에 전임 대통령께서 비리에 연루되어 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 배경과 향후 결과를 떠나서 서글픈 사실이다.
위의 몇 가지 예에서 보듯이 부정부패가 국가의 정체성과 존재까지도 위협한다면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숭고한 보훈정신에 배치되기에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가와 사회의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근절까지는 무리한 기대인 듯 하고, 적어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평소의 생각을 제시해 보겠다.
첫째로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고 권력과 지위를 가진 자들일 수록 철저한 자정노력을 통해서 검은 돈과 무관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그 수많은 현란한 전시성 구호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안일 것이다.
부정부패의 본류는 근본적으로 상납의 고리에서 봐야 한다. 반대로 표현하면 상급자가 하급자로부터 뭔가를 기대하기 보다는 상급자가 조금이라도 베푸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보수를 더 받는 상급자가 하급자로부터 은연 중 대접을 받는 등의 행위는 최소한의 자존심과 명예를 소중히 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로는 공직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공직자의 가족들도 분수에 맞는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 많은 경우에 부정과 부패, 비리의 배경을 보면 배우자의 사치와 가족들의 분에 넘치는 생활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족들이나 친지, 주변의 친구들 가운데는 지위가 높다고 하여서 각종 기부나 협찬 등을 기대하거나 무리한 청탁을 한다면, 그것은 바로 정당한 돈이 아닌 도둑질한 검은 돈을 축적하라는 것과 같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로는 다소간 추상적 표현이지만 확고부동한 공직관의 정립이 요구된다. 공직은 법과 제도에 의해서 국가적 독점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을 마치 권력으로 인식하는 것과 행정 수요 대상인 국민들에게 서비스 정신으로 생각하는 것의 결과는 부패와 청렴의 길로 확연히 달라진다.
위와 같은 시각을 제시하면 많은 사람들은 청빈한 공직자 상을 그릴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싫어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청빈’이다. 마치 청렴한 공직자는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도식은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검은 돈이 아닌 정당한 보수로 여러 가변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책임으로 재산을 관리하여 ‘청렴하면서 부유한’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것도 자유민주주의가 주는 또 다른 묘미이다.
부정부패가 존재하는 한 우리 국가를 선진화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존재마저 위협한다는 점에서 특히 공직사회에서 부패 없는 사회를 만들도록 공직자 각자의 노력과 더불어 납세자인 일반 국민의 준엄한 감시 체제가 항상 가동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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