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영 태안교육청 전문상담교사 |
고집쟁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가 없었다고 한다. 소규모 작은 학교에서 친구와 어울려 본 경험이 부족한 고집쟁이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큰 중학교로 입학이 반가웠다. 그러나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급한 마음에 대화에 끼어들면 곧 무시당했다. 자신의 말만 했기 때문이었다.
점점 외톨이가 되고, 놀리는 친구들에게 화가 나면서 혼잣말로 중얼중얼 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야영을 갔을 때 조금 열려 있는 가방을 발견하고 대화를 시작한다. ‘여기 재미있니? 재미없다고……. 난 심심해. 이것 끝나고 밥 먹는 시간이야’ 안타깝게도 한 달 만에 ‘약간 맛 간놈’, ‘미친놈’이란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우선 고집쟁이에게 가장 급한 것은 자신의 신체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었다. 화가 나면 올바른 방식 대신, 손톱 같은 뾰족한 것으로 자신에게 상처를 내면서 풀고 있었다. 주의를 살펴봐도 불편한 마음을 받아줄 사람이 없기에 스스로를 달랜다.
나의 몸을 사랑하자는 약속을 하고, 너무 많이 화가 났을 때 손이 굳어지는 자신을 인식하고, 스트레스상황에서의 대처방식 등 분노조절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노력해 보았다. 그리고 친구에게 관심 갖기, 대화 기술과 더불어 담임선생님의 관심이 더 없이 큰 힘이 되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고집쟁이의 엉뚱한 행동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학급에서 고집쟁이의 강점을 전체적으로 칭찬하면서 반 분위기에 녹아들어 가도록 하였다.
이렇게 되면서 2학기는 화를 내는 일이 줄어들고, 자신의 팔을 소중히 여기며, 친구들과 싸우는 일이 많이 줄었다.
2학기 만남을 계속 하고 최근 2학년이 된 고집쟁이는 새 학년을 맞이하여 눈 깜짝할 정도로 변했다. 그것은 고집쟁이에게도 이제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계속되던 작은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를 걱정하는 친구가 나타나자 2학년 담임선생님께서 그 친구를 짝꿍으로 만들어 주신 것이다. 지금은 절친이 되어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눈을 반짝이며 2학년 생활이 마치 천국 같다고 말하는 고집쟁이의 얼굴을 보면서 내 마음도 반짝였다. 밤마다 그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서로 숙제를 체크해 주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두 분의 담임선생님께서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지혜와 기회를 선물했고 학생은 그것을 감사히 받았다. 학생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힘은 학생 스스로가 변화를 인지하고 노력함은 물론, 늘 학생들과 함께하는 우리 선생님들의 관심과 노력일 것이다. 나는 다만 그 두 사람을 연결할 뿐이다. 그리고 그 연결이 학생의 밝은 웃음으로 이어질 때 난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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