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현실 달래는 연극 한편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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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현실 달래는 연극 한편의 '위로'

<제4회 시민연극축전 미리보기>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5-13 10면
  • 강순욱 기자강순욱 기자

● 극단 새벽의 ‘봉순이 언니’

<작품 줄거리>주인공 5살이 된 짱아와 식모인 봉순이 언니와의 만남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삶에 눈떠가는 과정을 놀라운 기억력으로 촘촘하게 복원해낸 작품.

봉순이 언니는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정상적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도시로 올라와 짱아네 집에서 식모살이를 한다. 벚꽃 핀 창경원에서 친척의 손에 의해 버림받은 봉순이 언니는 집안의 귀금속이 없어져 도둑누명을 쓰는가 하면, 건달과의 첫사랑에 참혹하게 실패, 만삭의 몸으로 아이를 지우고, 뒤이어 만난 남편과도 사별하는 불행의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봉순이 언니는 비극적인 인생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낙관을 버리지 않고 끝끝내 포기 할 수 없는 희망의 씨앗을 건져 올린다.

식모였던 봉순이 언니는 짱아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고 30년이 지난 지금 예전의 봉순이 언니를 회상하게 되는데...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 는 1998년 처음 출판된 이후 공지영 작품 가운데 가장 잘 읽히는 책으로 쉬우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연극 ‘봉순이 언니’ 역시 재미있고, 아련하며, 즐겁고, 또 아픈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공연은 한 마디로 다섯 살 짱아를 통해 봉순이 언니 즉 짱아의 첫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서술되고 있다. 20년이 지난 어느 날 불현듯 짱아의 기억 속으로 찾아온 봉순이 언니의 삶은 72편의 토막 이야기를 담은 노래로 고스란히 복원된다.

공연일정:5월 13~14(오후7시30분)/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R석 2만5000원 S석 1만5000원


● 극단 앙상블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작품 줄거리>평생 등이 시린 세월 속에서 눈물 밥을 지으셨던 어머니 연수는 어머니가 일생의 단 하루 안주인 노릇을 했던 새 집 베란다에 서서 저녁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새 집을 지으며 어머니가 손수 꾸민 안방 베란다에도 어느덧 진달래, 철쭉이 피었다.

사월이다. 김인희. 그녀나이 이제 오십 칠세. 연수는 조용히 어머니가 아닌, 한 여자의 일상을 생각해 본다.

결혼하기 전 한 집안의 딸로서 얼굴도 희미한 어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해야 했고, 결혼 후엔 신혼 초부터 객지로 떠돌던 손님 같은 남편의 자리를 대신해야 했던 그 여자의 고독, 그 공허한 시간들을 오직 가족들을 위해 더할 수 없는 희생과 사랑으로 환원 시키고 스스로는 봄날 날리는 벚꽃처럼 산화해버린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자. 부질없는 눈물이 봄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 연극은 끝없는 고독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희생과 사랑 뒤의 공허함을 ‘어머니’라는 이름의 한 여자를 통해 그려내는 작품이다.

이 공연은 봄날 날리는 벚꽃처럼 산화해 버린 ‘어머니’의 일상을 섬세하고도 수려한 필체로 엮어냈다. 작가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점점 팽배해져 패륜행위 마저 빈번한 현실에서 온전히 사람을 사랑하는 세상, 사랑으로 결속된 가족과 가족이 모여 사는 행복한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무대를 마련했다고 한다.

공연일정:5월 16~17일(오후4시, 7시30분), 18일(오후2시 7시30분)/연정국악문화회관 대극장/일반 3만원, 학생 2만원


● 극단 고도의 ‘냄비위에 파리똥’

<작품 줄거리>실력, 외모 뭐 하나 내세울 건 없지만 성실한 청년 정두칠의 마지막 바람은 연극 ‘오델로’에서 고유명사 붙는 역을 맡는 것. 광대, 하인, 신사가 아닌... 다시 말하면 두칠의 진짜 바람은 ‘로드리고’를 맡는 것이다.

그러던 중 새로 온 극단 연출이 외모, 학벌 같은 조건을 벗어나 새 바람을 일으킬 신선한 인물을 캐스팅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연기 연습에 올인한다.

하지만 한 달 전에 새로 이사 온 위층 여자 고효이는 밤낮으로 두칠에게 소음으로 연습을 방해한다. 게다가 매일 밤 열려 있는 두칠의 집에 무단 침입도 일삼는다. 시골 아버지의 미신 때문에 매일 밤 12시 현관문을 열어 놓기 때문인데 무당의 점괘에는 열린 문 사이로 두칠을 도와줄 귀인이 들어올 것이라고 나온다.

오디션 전 날 밤, 위층 여자 효이는 언제나처럼 시끄러운 소음을 쏟아내며 두칠의 연극 연습을 방해하고 두칠의 집에 찾아와 제멋대로 물을 마신다. 효이는 사실 소리를 만들어 파는 장사꾼이다. 그녀는 애인으로부터 열여덟 번 채인 여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두칠은 그녀에게 자신만의 소중한 주문 ‘냄비 위에 파리똥’을 알려주게 되는데...

냄비위의 파리똥은 두칠이 믿는 주문으로 팝송 ‘physical’의 후렴 부분 ‘let me hear your body talk’을 들리는 대로 표현한 것이다.

‘All by myself’를 ‘오빠만세’로 읽어내는 것과 다를 바 없지만 이 연극이 시사하는 바는 다르다.

이 연극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매 순간 보고 듣고 느끼는 대로 인식한다면 어떨까’라는 물음으로 시작됐다. 즉 ‘진실의 소통’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는 주제를 재미있는 주제 아래 풀어낸 작품이다.

공연일정:5월 20~21일(오후7시3분)/연정국악문화회관 대극장/일반 2만5000원 학생 1만5000원 /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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