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대전 서구 모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는 야구장비를 든 초등학생 3명이 경품기 앞에서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동전을 넣고 돌리는 경품기 앞에서 뽑은 경품을 놓고 서로 갖겠다며 다투는 듯 했다.
결국 돈을 넣은 학생이 경품을 주머니에 넣어버리자 다른 학생이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찾아내 다시 경품기에 넣고 돌렸다. 이들은 10여 차례 경품기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이내 학교 운동장으로 사라졌다.
이어 오후 2시께 다른 초등학교 앞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캐릭터 경품기 앞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천원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온 것만 두 번째. 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이 학생은 경품이 나오는 족족 캡슐을 따서 버리고 경품을 주머니에 담았다. 원하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다며 경품기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학생은 심지어 경품기를 잡고 흔들기까지 했다. 이 학생의 주머니는 이내 불룩해졌고 맘에 드는 캐릭터가 나오자 20여 분 만에 이곳을 떠났다.
이날 초등학교 10여 곳을 찾아 주변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의 초등학교 주변에는 이처럼 학생들의 사행성을 조장하는 경품기가 판을 치고 있었다.
먹을거리에서부터 열쇠고리와 장식용품 등 각종 캐릭터상품과 장난감이 주를 이뤘다. 학교 주변 경품게임기는 적게는 한두 대에서 많게는 10여대 이상 즐비한 곳까지 있었다.
둔산동에 사는 한 학부모는 “아들이 한동안 용돈만 주면 경품을 뽑아 오길래 혼을 내준 적이 있다”며 “어릴 때부터 요행을 바라는 습관이 들까봐 걱정스러워 앞으로는 갖고 싶은 것을 사주겠다고 약속하고서야 그만두게 했다”고 말했다.
한편, 문구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소형 오락기는 이날 10여 곳의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학교보건법에 따라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50m까지와 50~200m 구간이 각각 절대정화구역과 상대정화구역으로 지정돼 오락기 설치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200m) 벗어난 아파트 상가의 문구점 등지에서는 동심을 유혹하는 오락기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들의 교통안전에 대한 불감증도 심각했다. 8일 오후 중구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는 규정속도(시속 30㎞) 표지판이 버젓이 있음에도 대부분의 차량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10여 분 동안 이곳을 지난 수십여 대의 차량은 대부분 얼핏 보아도 50㎞가 족히 넘는 속도로 이곳을 지나고 있었다. 심지어 과속방지턱에서 점프하는 차량도 목격됐다.
주변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사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해서 규정 속도를 지켜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혹시 아이들이 튀어나올까봐 조심스럽게 운전은 하지만 보시다시피 30㎞라는 것이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강순욱 기자 ksw@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