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허름함’으로 상징되던 재래시장의 모습이 서서히 변하고 있으며, 환경 변화에 따라 그 풍경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넉넉한 인심은 그대로지만 손님을 맞는 상인들의 태도에서 옷차림새 하나에까지 세세한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대전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역시 한결 젊어진 시장의 모습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시장을 지나는 젊은 층의 유입이 크게 늘었으며, 대를 이어가며 시장을 지키는 젊은 상인들의 등장으로 시장의 분위기 또한 크게 달라지고 있다. 중앙시장을 통해 젊어지고 있는 재래시장의 모습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부모세대가 이곳에서 터전을 잡고 키워낸 젊은 상인들이 그 대를 이어가고 있는 것. 중앙시장에서 가방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병주(34)씨도 그런 경우다. 얼마전까지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해 오던 박씨는 지난해 어머니가 40년 넘게 운영해 오던 가방 전문점을 물려 받아 10개월 째 운영해 오고 있다. 갑작스런 어머니의 건강 악화가 원인이었지만 오랜 세월 어머니의 손 때가 묻은 가게가 사라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장사에 뛰어 들었다. 박씨는 “처음에는 젊은 남자가 시장에서 가방을 팔고 있으니 다소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손님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좋아하는 분들이 더 많다”며 “젊은 사람이라 아무래도 말 한 마디라도 더 친절하게 대하려다보니 예전에 비해 손님도 많이 늘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젊은 상인들의 등장에는 경제적 상황도 한 몫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일찌감치 현실적인 고민 끝에 ‘젊은 사장’ 대열에 합류하는 상인들도 늘고 있는 것. 중앙시장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준(26)씨는 “지방대를 나와 취직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몇 년 씩 취업 준비에 젊음을 쏟아 붓고 싶지 않았다”며 “장사가 고된 일이긴 하지만 노력한 만큼 남들보다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부모님을 도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 상인들의 등장은 전통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기도 하다. 김태원 중앙시장활성화구역상인회장은 “최근 젊은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평균 5ㆍ60대 이상의 상인들이 대부분인 시장의 노쇄한 이미지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뭐가 달라도 다를 뿐 아니라 시장에서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을 찾는 젊은 고객 층이 많아진데는 경제적인 이유도 한 몫하고 있다. 불황 속에서 한 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일부러 재래시장을 찾는 젊은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주부 박모(31. 동구 판암동)씨는 “물가도 크게 오르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커지면서 얼마전부터 장을 보기 위해 재래 시장을 찾고 있다”며 “조금만 발품을 팔면 대형마트에 비해 훨씬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이 많이 널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원 회장은 “과거 노인분들이 대부분이던 시장에 요즘에는 젊은 주부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는 재래시장의 모습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대화되는 재래시장=재래시장의 또 다른 변화는 시설의 현대화다. 중앙시장 역시 시설 현대화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시장 곳곳의 시설을 새롭게 단장하고, 시장에 색깔을 입혀 나가고 있다.
우선 도로 및 주차장 정비부터 시작해 골목골목을 새롭게 조성하고 있으며, 각종 고객 편의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이달 말께 사업이 완료되면 중앙시장은 걷고 싶은 거리, 먹자골목, 생선골목 등 각종 테마를 입고 다시 선보이게 되며,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의 각종 시설물이 들어서게 된다.
전통시장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현대화 사업은 재래시장을 다시 한번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태원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시설 현대화 사업이 이달 말께면 거의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의 모습 자체가 새롭게 바뀌게 되면 젊은 고객들도 더 늘어나고, 고객의 편의성 또한 더욱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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