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빼고... 광내고... 재래시장이 젊어졌다

때빼고... 광내고... 재래시장이 젊어졌다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5-11 11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재래시장이 젊어지고 있다.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외형의 변화를 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젊은 상인들의 등장과 다양해진 고객층으로 점차 ‘젊은’ 시장의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낡고 허름함’으로 상징되던 재래시장의 모습이 서서히 변하고 있으며, 환경 변화에 따라 그 풍경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넉넉한 인심은 그대로지만 손님을 맞는 상인들의 태도에서 옷차림새 하나에까지 세세한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대전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역시 한결 젊어진 시장의 모습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시장을 지나는 젊은 층의 유입이 크게 늘었으며, 대를 이어가며 시장을 지키는 젊은 상인들의 등장으로 시장의 분위기 또한 크게 달라지고 있다. 중앙시장을 통해 젊어지고 있는 재래시장의 모습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젊은 상인들의 등장=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젊은 상인들의 등장이다. 중앙시장의 경우에도 최근 젊은 상인들의 모습이 크게 늘었다. 대부분은 이곳에서 30~40년 이상 자리를 잡고 생계를 이어온 상인들의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2세 상인’들이다. 한국 전쟁 이후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시작해 벌써 5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중앙시장에 찾아 온 자연스러운 변화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부모세대가 이곳에서 터전을 잡고 키워낸 젊은 상인들이 그 대를 이어가고 있는 것. 중앙시장에서 가방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병주(34)씨도 그런 경우다. 얼마전까지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해 오던 박씨는 지난해 어머니가 40년 넘게 운영해 오던 가방 전문점을 물려 받아 10개월 째 운영해 오고 있다. 갑작스런 어머니의 건강 악화가 원인이었지만 오랜 세월 어머니의 손 때가 묻은 가게가 사라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장사에 뛰어 들었다. 박씨는 “처음에는 젊은 남자가 시장에서 가방을 팔고 있으니 다소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손님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좋아하는 분들이 더 많다”며 “젊은 사람이라 아무래도 말 한 마디라도 더 친절하게 대하려다보니 예전에 비해 손님도 많이 늘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젊은 상인들의 등장에는 경제적 상황도 한 몫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일찌감치 현실적인 고민 끝에 ‘젊은 사장’ 대열에 합류하는 상인들도 늘고 있는 것. 중앙시장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준(26)씨는 “지방대를 나와 취직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몇 년 씩 취업 준비에 젊음을 쏟아 붓고 싶지 않았다”며 “장사가 고된 일이긴 하지만 노력한 만큼 남들보다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부모님을 도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 상인들의 등장은 전통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기도 하다. 김태원 중앙시장활성화구역상인회장은 “최근 젊은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평균 5ㆍ60대 이상의 상인들이 대부분인 시장의 노쇄한 이미지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뭐가 달라도 다를 뿐 아니라 시장에서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해진 고객층=과거 고령층에 한정돼 있던 시장의 고객층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중앙시장의 경우 도시철도의 개통이후 젊은 층의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장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 뿐 아니라 거리를 지나는 젊은 층이 늘면서 시장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앙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윤모(여.51)씨는 “예전에 비해 2ㆍ30대의 젊은 손님들이 많이 늘어난 편”이라며 “노인들이 대부분이던 시장에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시장을 찾는 젊은 고객 층이 많아진데는 경제적인 이유도 한 몫하고 있다. 불황 속에서 한 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일부러 재래시장을 찾는 젊은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주부 박모(31. 동구 판암동)씨는 “물가도 크게 오르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커지면서 얼마전부터 장을 보기 위해 재래 시장을 찾고 있다”며 “조금만 발품을 팔면 대형마트에 비해 훨씬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이 많이 널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원 회장은 “과거 노인분들이 대부분이던 시장에 요즘에는 젊은 주부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는 재래시장의 모습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대화되는 재래시장=재래시장의 또 다른 변화는 시설의 현대화다. 중앙시장 역시 시설 현대화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시장 곳곳의 시설을 새롭게 단장하고, 시장에 색깔을 입혀 나가고 있다.

우선 도로 및 주차장 정비부터 시작해 골목골목을 새롭게 조성하고 있으며, 각종 고객 편의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이달 말께 사업이 완료되면 중앙시장은 걷고 싶은 거리, 먹자골목, 생선골목 등 각종 테마를 입고 다시 선보이게 되며,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의 각종 시설물이 들어서게 된다.

전통시장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현대화 사업은 재래시장을 다시 한번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태원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시설 현대화 사업이 이달 말께면 거의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의 모습 자체가 새롭게 바뀌게 되면 젊은 고객들도 더 늘어나고, 고객의 편의성 또한 더욱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이종섭 기자 noma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수능 영역별 분석] 1등급 구간대 국어·수학 만점 맞아도 경쟁력 확보 어려울 듯
  2. '역대 최대 N수생' 2025학년도 수능 작년보다 쉬웠다… 변별력 확보 관건
  3. 한국타이어 2024년 임금 협상 잠정합의
  4. [2025 수능 현장스케치] 수험생 부모들 긴장한 모습 역력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 있길"
  5. [2025 수능] 대전·세종·충남서 한마음 한뜻 수험생 지원 대작전(종합)
  1. 환경단체 세종보 밤샘농성 200일 넘어 '겨울로'…사태 장기화 부담
  2. [수능 이후 대입전략] 대학별 수시 논술·면접고사 준비 이렇게…
  3.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아버지 세대 얘기?
  4. 수능 끝…‘고생했어 우리 딸’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11월15일 금요일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7. 대전 대흥동 카페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7. 대전 대흥동 카페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역대 최대 N수생` 2025학년도 수능 작년보다 쉬웠다… 변별력 확보 관건
'역대 최대 N수생' 2025학년도 수능 작년보다 쉬웠다… 변별력 확보 관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14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282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N수생이 역대 가장 많이 응시한 이번 수능은 전반적으로 전년도 수능보다 체감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5학년도 수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출제했다는 게 출제본부의 설명이다. EBS 연계율을 평균 50% 수준으로 하고 2023년 6월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출제됐다. 최중철..

무인카페 비밀번호 알아내 500만원어치 무단취식한 고등학생들
무인카페 비밀번호 알아내 500만원어치 무단취식한 고등학생들

대전 한 무인카페에서 10대 무리가 돈을 내지 않고 음료를 수차례 뽑아 마신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점주는 이 학생들로 인해 500여 만 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한 무인카페 점주로부터 '돈을 내지 않고 음료를 뽑아 먹은 학생들이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해당 점포의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에는 관리자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무료로 음료를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점주는 비밀번호를 통해 마신 음료의 금액이 과도하게 많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인근 고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우리 딸 파이팅’ ‘우리 딸 파이팅’

  • 수능 끝…‘고생했어 우리 딸’ 수능 끝…‘고생했어 우리 딸’

  • 수능 기다리는 수험생들…‘긴장되는 순간’ 수능 기다리는 수험생들…‘긴장되는 순간’

  • 2025학년도 수능 D-1, 유의사항 읽는 수험생들 2025학년도 수능 D-1, 유의사항 읽는 수험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