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인 자식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받아 아들 부부가 타지로 떠났지만, 학교 교육 때문에 대전에 남은 손자들을 떠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한평생 텃밭을 가꾸는 것을 취미이자 직업으로 삼았던 김씨에게 흙을 밟을 수 있는 땅이 한 평도 없는 아파트에서 답답함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며 손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
고향 땅에서 혼자 살았을 땐 연락이 뜸하던 자식 내외도 손자를 떠맡고 있자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한다.
오직 손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때문이다. 이영희(71·가명) 할머니도 6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동구에서 아들 내외와 살고 있다.
맞벌이 부부를 하는 아들 부부를 대신해 집안살림과 손자들 양육까지 맡아 하느라 하루하루가 힘겨움의 연속이다.
고령에 혼자 이 모든 일을 하기엔 버겁지만,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자식 내외에게 힘든 내색조차 하지 못한다.
자식의 따뜻한 말 한마디도 들어보지 못했고, 자식이라 누구에게 하소연하지도 않는다.
이들 할머니와 같이 자신의 여생을 자신이 결정짓지 못하거나 자식들에게 소외되고 학대받는 노인들이 급속한 산업화로 말미암은 이 사회의 상처로 남아있다.
중앙노인전문보호기관에 따르면 2005년 2033건이었던 노인학대사례건수가 최근 발표한 2007년 통계에선 2312건으로 300건 가까이 늘어났다.
학대발생 장소도 가정 내에서의 학대가 전체 학대 발생 장소의 92.9%를 차지해 가족에 의한 학대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보호기관 관계자는 “노인들은 그 누구보다 가족에게 학대를 많이 받으며, 이는 노인들에겐 두 배의 고통을 준다”며 ““노인을 학대하는 경우는 없어야 하지만 만일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엔 누구든지 경찰관서나 지자체 등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earwgi@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