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완석]아비뇽 페스티벌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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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완석]아비뇽 페스티벌을 생각하며

[시론]도완석 연극평론가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5-07 21면
  • 도완석 연극평론가도완석 연극평론가
매년 7월 한 달 동안 프랑스의 남부 론 강변에 자리 잡은 인구 10만의 소도시인 아비뇽에서는 세계 공연계의 흐름을 선도하는 아비뇽 페스티벌이 열린다.

관습이나 전통에 의존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해온 아비뇽 페스티벌은 작년에도 그 명성에 걸맞게 약 900여 개의 작품이 월드 프리미어(세계초연)로 참가했고 또 50여만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고 한다.

▲ 도완석 연극평론가
▲ 도완석 연극평론가
아비뇽 시는 지난 1309년부터 68년 동안 프랑스 국왕의 간섭 아래 로마교향이 억류했던 아비뇽의 유수, 그리고 20세기 현대미술의 개념을 바꾼 피카소의 첫 입체파 그림인 아비뇽의 처녀들의 배경이 된 곳이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1947년 9월 연극배우이자 무대감독인 장 빌라(Jean Vilar, 1912-1971)가 ‘아비뇽에서 예술의 주간을’이라는 기치 아래 교황청 앞마당에서 3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 시작됐다.

이 행사는 페스티벌 사무국에서 선정한 공식적인 초청작품(IN)과 비공식 초청작품(OFF) 등 매년 약 900여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페스티벌은 처음에는 연극 공연만으로 출발했지만, 1964년부터는 영역을 넓혀 무용· 뮤지컬· 현대음악 등까지 허용하게 되었다.

또 요즘에는 시(詩), 미술, 연극 사진 전시회, 비디오 아트에 이르기까지 더욱 다양하게 예술의 영역을 넓혀 문호를 개방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과 전통적인 오페라는 프랑스 안에 전문 페스티벌이 여럿 있기 때문에 제외했다고 한다. 페스티벌 사무국이 밝힌 연간 예산은 1000만 유로(한화 약 125억 원).

이 중 60%는 중앙정부와 시·도 등 지자체에서 지원받으며 35%는 티켓판매 수익, 5%는 기업의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사무국에는 20명의 상주 스태프가 있으며 축제기간 중에만 약 600여 명의 임시 직원을 고용한다.

공연장으로는 시립극장 외에 교황청과 성당, 수도원, 성, 학교 중정과 체육관, 채석장 등 아비뇽시의 다양한 건물과 공간들을 사용한다. 축제가 열리는 한쪽에서 디 오프(The OFF)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본 페스티벌과는 무관하게 열린다.

하지만, OFF에 빗대, 본 페스티벌을 IN이라고도 부른다. 누구라도 작품을 공연할 장소가 마련되면 시청의 허가를 받고서 오프 페스티벌 사무국에 참가비를 내고 공연할 수가 있다. 대개 지하실을 개조한 곳부터 카페·광장 등 천차만별이다.

이렇듯 모든 공공장소가 공연장이 되고 모든 주거공간이 세계인의 휴식처가 되며 거리거리에는 문화의 물결과 설명 없는 예술에 대한 인식을 소유하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아비뇽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는 공유된 한 가지의 인식으로 통일감을 조성하는데 그것은 바로 예술이다. 하이데거가 정의한 대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 예술적 감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든 모습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거리에 흩어진 쓰레기를 모아 퍼포먼스를 꾸미면서 환경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환경운동가, 그도 예술인이며 기념품 가게 상인도 영업시간이 끝나면 전통 민속 복장을 하고 가게 앞에서 춤을 추며 관객을 모으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볼거리를 제공하는 예술인이고 누구나 볼거리를 보아주는 관객이 된다. 그래서 아비뇽을 찾는 발걸음에는 모두가 웃음이 있고 모두가 너그러운 마음이 있으며 친절한 배려 또한 넉넉하다.

또한, 표현의 자유! 그것이 전통이건 보수건 혁신이건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는다. 서로 보아주고 보면서 메스꺼우면 야유를 보내고 재미나면 박수를 쳐주면서 함께 관심을 나타내 보이면서 서로 것을 공유한다.

이것이 바로 이 아비뇽페스티벌의 특징이다. 때문에 우리가 지금 시행하고 있는 행사성 문화예술 페스티벌하고는 그 거리(距離)가 매우 크다.

아비뇽축제를 생각해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문화예술 축제란 그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어야지 행사성 용도로 관으로부터 졸속하게 펼쳐 놓는 축제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년도 여름 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꾸미게 될 모 구청에서 마련한 1500명의 주민이 꾸미는 수상뮤지컬에 큰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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