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 |
문득 중 3 때 담임이셨던 김인영 선생님이 생각난다. 내가 집안이 가난해서 수학여행을 못 가게 되었을 때 선뜻 수학여행 비를 대납해 주셨고, 졸업하던 해에 역시 가난 때문에 진학을 못해 크게 위축되었던 나를, 자상한 편지로 격려하고 이듬해 고교 진학 때까지 이끌어 주셨던 선생님이시다. 그 김 선생님께서 유성중학교 교감으로 영전하신 1989년 ‘스승의 날’ 아침, 나는 인삼 한 상자를 사 들고 가서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그때가 선생님을 생전에 뵌 마지막이 될 줄이야. 그해 여름, 선생님께서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인삼 한 상자, 그게 내가 선생님께 드린 처음이자 마지막인 촌지였다. 김인영 선생님! 살아가면서, 특히 교직에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달려가 말씀 드리고 어리광이라도 피우고 싶은 선생님, 지금은 인삼보다도 더 크고 비싼 촌지도 많이 드릴 수 있는데…….
내가 받은 촌지 중에 9년 전 M중학교를 떠날 때, 학부모 여섯 분이 석별의 정을 담아 공동으로 사 주신 노란 색의 T셔츠가 있다. 봄이 되면 나는 그 T셔츠를 즐겨 입는데, 엊그제 또 입으려다 보니 소매의 팔목 부위가 낡아 해어져 있었다. 차마 버릴 수가 없어 수선 집에 맡겼더니 깔끔하게 고쳐졌다. 기쁜 마음으로 그 여섯 분들의 정을 생각하면서, 다시 입을 수 입게 되었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제 내가 교직에서 ‘스승의 날’을 맞이할 날도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촌지가 그리울 때가 있다. 초임 시절 봄 소풍 때 남숙이가 곱게 싸 가지고 왔던 삶은 겨란 한 개, 가을 운동회 때 선용이 할머니께서 주신 찐 밤 한 주먹, 그리고 C중학교 시절 연호 어머니가 사 주신 양말 한 켤레, 아니다. 그런 것들은 돈이 드는 것이니, 영수 어머니가 걸었던 전화 한 통 - “선생님! 우리 영수 잘 가르쳐 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이런 촌지 말이다.
‘스승의 날’을 맞으며, 나는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앞으로도 더욱 성실하게 살면서, 나부터 청렴을 실천하여 ‘스승의 날’이 정말로 ‘스승의 날’ 다운 그날이 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께도 감히 말씀 드리고 싶다. 존경이 담긴 진정한 촌지를 기쁘게 받을 수 있는 ‘스승의 날’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스승의 정신으로 교단을 지키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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