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드로잉협회 소속 작가들이 즉석에서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하고, 대전도예가협회 소속 작가들도 도자체험을 준비해 모처럼 가족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에게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어 그야말로 즐거운 체험의 거리로 술렁이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인근은 공연장을 대표하는 예술의전당과 두 개의 미술관이 함게 하고 있고, 한밭수목원과 천연기념물센터, 평송수련원, 그 사이 놓여있는 남문광장까지, 대전에서 자랑할 만한 문화벨트 지역이다. 요즈음처럼 잔치상을 차려놔도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가 쉽지 않은 때에 자발적으로 많은 시민들이 모이고 있는 이 공간은 그 만큼 무언가 흡입력이 있음을 드러낸다. 그런 매력이 있는 공간인 만큼 맘먹고 가족들과 혹은 지인들과 찾아와 잘 만들어진 예술 공간에서 작정하고 보러 온 공연이나 전시만 돌아보고 간다는 것은 여간 서운한 일이 아니다.
공연장이나 전시장에서 나와 확장된 예술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자연스레 좌판이 벌어지고 있는 예술의 거리를 지나면서 작고 귀여운 예술소품들도 구경하고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구매하는 기쁨도 크며, 즉석에서 모델이 되어 스스로의 모습이 담긴 작품을 감상하는 소박한 쾌감은 분명 행복함이다.
지난 주 토요일, 비도 오고 궂은 날씨였지만 아트 스트리트는 여전히 대전드로잉 협회에서 나온 7명 정도의 작가들이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고, 그 옆 파고라에서는 대전도예가협회에서 물레체험과 소품판매를 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날씨가 좋았으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트 스트리트는 생각보다 썰렁했다. 간혹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이젤 앞에 앉아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도자부스는 기웃거리는 이들을 만나기도 어려웠다. 오지 않는 시민들의 수준을 단순히 낮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할 것인가? 여러 의문과 함께 이제 막 시작한 행사인데 앞으로 남은 기간을 어떻게 진행해 갈지 아득하기만 했다.
왜 그토록 매력적인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것인지, 이 기획을 주도하는 이들은 판매를 겸할 생각이었다면 마케팅에 대한 고려와 장소성에 대한 이해는 있었는지, 그저 관행대로 형식적인 이벤트를 벌려 놓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적은 지원이라도 받은 단체에서는 매주 사람들이 오든 안 오든 거리를 지켜야 되는 부담감에 시달려야하고, 미비한 시설은 흡족치 못한 체험을 경험하게하고 이는 다시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행사를 주최하는 측은 지리멸렬한 소모전을 장기화해야 할 소지가 충분했다. 그렇다면 예술체험을 하겠다고 나선 시민들의 입장은 어떨 것인가? 분명 높은 만족과는 거리가 멀게 틀림없다. 좋은 대안은 없는 것인가? 지원비를 좀 더 늘려서 쉽고 편하게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적 기금을 지원해 주면 어떤가? 행정적 관점에서 어느 한 단체가 책임 관리하고 운영할 것이 아니라 참여 의사가 있는 예술가라면 누구나 자유롭고 다양한 형태로 참여 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지속적으로 열리도록 해야 한다.
시의 주관부서에서 예술의 거리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었다면 기금을 조금 나눠주고 생색을 낼 것이 아니라 정확한 장기기획을 갖고 움직여야했다. 벌써 여러 차례 예술의 거리로서 대전시립미술관 앞 광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논의가 오고 간 것으로 안다. 하지만 현재의 상태로는 제대로 된 논의와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지역에서 시민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장소를 탄력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미술계의 인식과 기획력도 요구되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시의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문화의지와 실행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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