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예술의 거리는 있는가?

  • 문화
  • 공연/전시

대전에 예술의 거리는 있는가?

<변상형 교수의 문화스펙트럼>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5-06 10면
  • 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
대전시립미술관 앞 산책로는 일명 ‘아트 스트리트(Art Street)’라 불린다. 지금 그 곳은 토요일마다 초상화의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지난달 11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1~5시까지 대전시립미술관 앞 파고라 광장은 그 곳을 지나치는 시민들에게 즐거운 체험을 선사해왔으며 오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대전드로잉협회 소속 작가들이 즉석에서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하고, 대전도예가협회 소속 작가들도 도자체험을 준비해 모처럼 가족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에게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어 그야말로 즐거운 체험의 거리로 술렁이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인근은 공연장을 대표하는 예술의전당과 두 개의 미술관이 함게 하고 있고, 한밭수목원과 천연기념물센터, 평송수련원, 그 사이 놓여있는 남문광장까지, 대전에서 자랑할 만한 문화벨트 지역이다. 요즈음처럼 잔치상을 차려놔도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가 쉽지 않은 때에 자발적으로 많은 시민들이 모이고 있는 이 공간은 그 만큼 무언가 흡입력이 있음을 드러낸다. 그런 매력이 있는 공간인 만큼 맘먹고 가족들과 혹은 지인들과 찾아와 잘 만들어진 예술 공간에서 작정하고 보러 온 공연이나 전시만 돌아보고 간다는 것은 여간 서운한 일이 아니다.

공연장이나 전시장에서 나와 확장된 예술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자연스레 좌판이 벌어지고 있는 예술의 거리를 지나면서 작고 귀여운 예술소품들도 구경하고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구매하는 기쁨도 크며, 즉석에서 모델이 되어 스스로의 모습이 담긴 작품을 감상하는 소박한 쾌감은 분명 행복함이다.

지난 주 토요일, 비도 오고 궂은 날씨였지만 아트 스트리트는 여전히 대전드로잉 협회에서 나온 7명 정도의 작가들이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고, 그 옆 파고라에서는 대전도예가협회에서 물레체험과 소품판매를 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날씨가 좋았으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트 스트리트는 생각보다 썰렁했다. 간혹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이젤 앞에 앉아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도자부스는 기웃거리는 이들을 만나기도 어려웠다. 오지 않는 시민들의 수준을 단순히 낮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할 것인가? 여러 의문과 함께 이제 막 시작한 행사인데 앞으로 남은 기간을 어떻게 진행해 갈지 아득하기만 했다.

왜 그토록 매력적인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것인지, 이 기획을 주도하는 이들은 판매를 겸할 생각이었다면 마케팅에 대한 고려와 장소성에 대한 이해는 있었는지, 그저 관행대로 형식적인 이벤트를 벌려 놓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적은 지원이라도 받은 단체에서는 매주 사람들이 오든 안 오든 거리를 지켜야 되는 부담감에 시달려야하고, 미비한 시설은 흡족치 못한 체험을 경험하게하고 이는 다시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행사를 주최하는 측은 지리멸렬한 소모전을 장기화해야 할 소지가 충분했다. 그렇다면 예술체험을 하겠다고 나선 시민들의 입장은 어떨 것인가? 분명 높은 만족과는 거리가 멀게 틀림없다. 좋은 대안은 없는 것인가? 지원비를 좀 더 늘려서 쉽고 편하게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적 기금을 지원해 주면 어떤가? 행정적 관점에서 어느 한 단체가 책임 관리하고 운영할 것이 아니라 참여 의사가 있는 예술가라면 누구나 자유롭고 다양한 형태로 참여 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지속적으로 열리도록 해야 한다.

시의 주관부서에서 예술의 거리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었다면 기금을 조금 나눠주고 생색을 낼 것이 아니라 정확한 장기기획을 갖고 움직여야했다. 벌써 여러 차례 예술의 거리로서 대전시립미술관 앞 광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논의가 오고 간 것으로 안다. 하지만 현재의 상태로는 제대로 된 논의와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지역에서 시민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장소를 탄력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미술계의 인식과 기획력도 요구되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시의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문화의지와 실행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