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지나 사람의 인기척이 들렸고 있는 힘을 다해 “살려 달라”외치게 되었다. 그런데 지나가던 나그네는 그 사람을 살려주기는커녕 다리를 잡고 있는 손을 놓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 이광진 대전 경실련 사무처장 |
이로 인해 화가 난 그 사람은 나그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그 나그네가 “야 이 사람아 발밑에 바로 물이 있고 물은 발목에도 못 미치는데 무엇하고 있어”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듯하다. 우리가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헤매고 해답을 얻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 이다.
최근 언론 상에 많이 오르내리는 내용 중 하나가 SSM이라 불리는 중대형 슈퍼마켓의 골목 상권 진출문제이다. 대형점포의 무차별적인 입점으로 인해 지역의 재래상권이 초토화 된 상황에서 이젠 동네 골목상권까지 장악하기 위한 대형유통자본의 진출이 본격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를 비롯한 GS, 롯데, 한화 등 대형 자본의 SSM시장 본격경쟁이 시작되었고 SSM에 미온적이던 이마트마저 경쟁참여를 발표함으로 무한 경쟁의 시대에 돌입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농업인들의 지원을 명목으로 존립해 왔던 농협조직이 유통을 분리시키면서 새롭게 유통업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고 기존의 농협 망을 활용한 점포를 체계화 시켜 네트워크화하면서 실질적인 SSM의 절대강자로 부상하면서 타 대형유통자본의 SSM진출에 의한 파괴력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경쟁에 뛰어든 상태이다.
여기에 최근 경제 불황에 따른 내수의 침체 및 소비악화가 지속되어 지난 3개월간 54만 명의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도산하고 있고, 소상공업 10개중 6개가 적자를 보면서 82.4%가 경영의 악화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86.6%의 소상공인이 정부의 현 대책이 도움이 되지 못함으로 새로운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연일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보호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고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의 규제입법요구도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유통시장 개방이후 1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정부의 유통정책은 대형유통업체의 육성 및 활성화와 함께 재래상권의 활성화라는 서로 모순된 정책을 유지하여 왔으며 대형유통자본에 의한 피해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회의 한번 갖지 못하였고 대형 유통자본의 규제 요구 등에는 WTO나 GATS의 규정위반을 내세우며 이를 거부하여 왔다.
그러나 WTO나 GATS의 원칙은 회원국이 자국의 정책적 목표달성을 위한 신규규제 도입을 인정하고 있으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공평한 방식의 규제는 정당하다고 판정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제 더 이상 대형유통자본의 무분별한 시장 잠식을 자유경쟁이란 논리를 내세워 막아서는 안 된다.
정책집행의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정부가 스스로 눈을 가리고 현실을 외면하려해서는 안 된다. 다행인 것은 유통시장 개방 10년이 훌쩍 넘은 시점이 지난 처음으로 관련부처의 장관이 대형유통자본의 규제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를 모아 함께 대처해 나가는 정부의 정책과 소상공인들의 노력에 희망을 가져보아야 할 때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