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밭두렁에서 뜯은 풋풋한 돌미나리, 일년 중 4월에만 볼 수 있는 참가죽, 한참 제철인 나무두릅, 햇고사리, 산나물등과 하우스에서 곱게 자란 종류도 많은 채소들. 통통하고 싱싱하니 보기만해도 싱그럽다. 숫자 많은 채소가게들의 그 많은 채소는 누가 다 살까 걱정되게 많지만 매일 팔리고 내일 아침이면 새채소로 다시 가득 채워진다니 우리네 사람들이 채식을 얼만큼 좋아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또 시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즉석 먹거리다. 알뜰하게 장을 보고 남은 적은 돈으로도 먹을 수 있는 모양과 색이 다양한 떡,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 어묵튀김, 빈대떡, 김밥, 팥죽 등 그 종류가 많기도 하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찾는 시골 장터에서나 볼 수 있는 촌스런 국밥집도 있다. 좁은 공간에 70년대 초등학교 교실에 있던 책상처럼 좁고 길죽한 탁자에 의자를 빼곡히 놓고 어르신들이 돼지머리고기를 안주 삼아 탁주를 기울이고 좁아 바싹 붙어 불편할 것도 같은데 분위기는 화기애애 하시다. 보는 이도 정겨워지는 시장 풍경이다.
시장에는 자전거를 끌고 장을 보러 나오신 할아버지, 전동차를 타고 나온 몸이 불편한 사람, 휠체어를 탄 사람, 굳이 차리지 않아도 눈치 볼 것 없는 사람들.. 시장은 사람을 가리지 않으며 또한 사람들도 시장을 낯설어 하지 않는다.
동네 곳곳에 마트가 생기면서 시장이 거의 없어 질거라 떠돌던 말을 들었을 땐 곧 그렇게 되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뿌리깊은 시장은 여전히 푸른 녹음을 드리우며 우리경제의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하며 그 자리에 있었다.
시장 상인은 모두가 사장이고 모두가 주인이다. 그런 주인정신 때문인지 시장은 시장만의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 내며 오늘도 활기찬 호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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