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거나 반응을 보이면 더 달려든다는 ‘변태’들의 습성을 익히 들어왔던 A씨는 집까지 빠른 걸음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상황실 직원은 A씨에게 ‘신고한 위치가 어디냐’, ‘그 사람(변태)이 어떻게 생겼느냐’, ‘옷은 무슨 색을 입었느냐’, ‘사진을 찍어 놓지 그랬느냐’ 등 질문이 쏟아졌다.
A씨는 5분이 넘게 상황을 설명한 후 전화를 끊었고 그 후 수분이 지난 뒤에야 출동한 경찰이 도착했다.
A씨는 “시민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다급한 상황인데도 경찰은 너무 느긋한 것 아니냐”며 “112에 신고를 하면 자동으로 위치추적이 되는 걸로 알았는데 안 된다는 걸 알고 솔직히 실망했다”라고 말했다.
A씨는 또 “얼마 전에도 골목길에서 변태행위를 하는 사람을 자주 목격했다”며 “재개발 예정지역이라 그런지 밤에도 불빛이 없어 집 밖에 나가기 겁이 난다”라고 몸을 떨었다.
동구 삼성동에 사는 B씨(30)도 최근 일을 끝마치고 퇴근하다 발에 불이 나게 달려야 했다. 집 앞 골목길에서 겉모습은 멀쩡하게 생긴 40대 남자가 변태행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밤에는 무서워서 집 밖에 나갈 수도 없다”며 “이들이 활개를 치는 데도 경찰은 뭐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처럼 대전 동구 대동, 삼성동 등 재개발 지역에 변태행위자들이 자주 출몰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평일 낮에도 인적이 드물어 치안 사각지대로 지적돼 방범 활동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변태행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동부경찰서 생활안전계 관계자는 “변태행위자는 경범죄 처벌로 끝나고 정신이상자들이 많아 잘 근절이 안 된다”며 “이들은 금방 나타났다 사라져 검거하기도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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